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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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민주당은 대선에서 지면서 5년 만에 정권을 잃었다. 여기에 가장 공헌한 분은 나라빚 1000조 시대를 연 문재인 전 대통령일 테지만, 조국과 추미애를 거론하는 이도 많다.

법무장관에 임명된 조국이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을 정도의 범죄자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후임인 추미애가 조국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겁박하지 않았더라면, 정권교체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 공을 인정받아서일까. 이 둘은 지난 총선에서 나란히 국회의원이 됐다.

이들이 선택한 상임위는 놀랍게도 국방위, ‘놀랍다’라고 한 것은 추미애는 여성, 조국은 6개월짜리 석사장교 출신이라 둘 다 국방에 대해 대단한 지식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추미애 후임인 박범계마저 국방위를 선택해 지난 정권의 법무 3장관이 모두 국방위에 있게 됐다.

이쯤되면 국방위에 빌런 올스타가 총출동했다고 할 수 있는데, 궁금해졌다. 이들 중 누가 국민에게 가장 큰 탄식과 절망을 안겨줄지가.

8월 8일 국방위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빌런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조국과 추미애가 실력 발휘를 못한 건 아니었다.

먼저 조국을 보자. 민정수석 시절 난데없이 ‘죽창가’를 꺼내들며 반일의 선봉에 섰던 그는 신원식 국방부장관에게도 반일몰이를 했다. 나름의 근거는 있었다. 북한이 오물풍선을 내려보냈을 때 국민의힘 대변인이 ‘한미일동맹’이란 표현을 썼기 때문이었다. 한국과 미국, 미국과 일본에는 각각 군사동맹이 체결돼 있지만, 한국과 일본은 동맹이 아니다. 따라서 한미일 동맹이란 말 대신 ‘한미일 안보협력’이라 하는 게 정확한 표현.

하지만 한·미·일이 북·중·러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니, 편의상 한미일 동맹이라 한들 뭐 그리 큰일일까 싶다. 당사자가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까지 했는데다, 반일에 있어서 일가견이 있는 문재인도 작년 10월 ‘한미일 삼각동맹’이란 표현을 썼지 않은가? 그런데도 조국은 신 장관에게 ‘한미일동맹’의 부당성을 설득하는 데 질의시간을 다 썼다.

이번엔 추미애 차례, 그녀는 지난 1년간 야당의 단골 메뉴였던 채 상병 사건을 주제로 삼는다. 수사외압 의혹을 폭로해 좌파의 영웅이 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경찰 이첩 전까지 했던 행위는 분명 ‘수사’건만, 당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던 주진우(현 국민의힘 의원)가 이를 ‘조사’로 폄하했다는 것이다. 군인 사망사건 발생시 경찰에 이첩해 수사하도록 법을 바꾼 것은 민주당, 그러니 박정훈의 행위를 ‘수사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신원식이 이를 ‘법률적 해석의 문제’라고 하자 추미애는 발끈한다. ‘조사’ 발언이 ‘50만 군을 폄하하는 발언’인데 장관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 이런 식으로 장관을 괴롭히던 추미애는 마지막에 이런 일침을 날린다. "검찰 정권에 쫄아 있습니까?"

여기까지만 들어도 어질어질하지만, 이 정도로 빌런 짱을 먹기엔 부족했다. 민주당 부승찬, 그는 자신이 쓴 책에서 대통령 관저 이전에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매스컴을 탔다. 그 바람에 경찰이 영화 2000편 분량의 CCTV를 분석했고, ‘천공이 나오는 화면이 없었다’고 결론냈지만, 덕분에 유명세를 탄 부승찬은 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된다.

이런 이가 제대로 된 질문을 할 리가 없는 것은 당연지사. 그는 채 상병 사건 관련해서 다른 이들이 수없이 했던 통화 관련 질문을 하더니, 난데없이 헌법에 규정된 국방의 신성한 의무에 대해 묻는다. 장관이 답하자 부승찬이 설명한다. "제가 왜 이 질문을 드리냐면,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된다, 특히 국토보전, 국민의 생명과 안전." 신원식은, 얘가 또 뭔 질문을 하려나, 하는 표정을 짓는다.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그럼 독도는 어느 나라 영토입니까?"

하지만 우승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담당했던 안규백. 그는 유재은 법무관리관에게 시종 훈계를 일삼았다. "뭐가 그리 당당합니까? 사람은 내용보다 태도와 모습이 중요해요." 유씨가 답변하려 하자 안규백은 연방 삿대질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태도와 모습이 중요하다고 얘기했잖아요! 뭐가 그리 당당해요, 네?" "들어가요! 들어가! 어디서 말대꾸를."

이 광경을 보면서 생각했다. ‘조국이랑 추미애, 더 열심히 해야겠다.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으니.’ 참, 4성장군 출신 김병주는 어나더 클라스라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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