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어머니를 아울러 이르는 말 ‘어버이’, 북한에선 김씨 일가의 우상화 작업을 위한 칭호로만 쓰인다. 걸음마 떼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배운 것이 벽에 걸려 있는 ‘위대한 어버이 수령’ 초상화에 머리 숙여 인사하는 관례였다. 낳아주고 키워준 어버이의 사랑을 느끼기보다 직접 얼굴도 보지 못한 어버이 수령에게 충성하라는 세뇌를 받는다. 어버이 수령을 믿고 따르면 삶이 곧 행복할 것 같은 희망이 싹트기 시작한다.북한의 ‘어버이’ 우상화 작업은 김일성의 시대인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주로 혁명학원 등의 원아들이나 어린이들이 김일성
산 정상까지 휠체어를 타고 오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대구의 비슬산이다. 국내 유일한 무장애 등산 코스다.계절마다 찾는 맛이 다른 산이 비슬산이다. 북쪽의 팔공산과 더불어 대구의 명산으로 남쪽에 자리잡고 있으며 유가사, 용연사, 소재사, 용천사 등의 많은 사찰과 약수터가 있어 시민들이 즐겨 찾는다. 최고봉은 1,083.6m의 준봉으로 여기서 뻗어 나간 산맥이 와룡산, 앞산으로 이어져 거대한 비슬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겉으로 보아 그리 높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산이지만, 한 번 발을 들여 놓으면 그 장중한 산세와 맑은 공기에 반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에 이르기까지 신라가 조성한 무덤 유적을 배우고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 문을 연다.문화재청은 경상북도, 경주시와 함께 이달 30일 오전 11시에 금관총 인근 신라고분정보센터에서 개관 행사를 열고 일반 관람객에 개방한다고 27일 밝혔다.신라고분정보센터는 신라 왕경(王京)의 핵심 유적을 복원·정비하는 사업의 하나로 조성됐다.당시 신라의 수도, 즉 경주에 있는 신라 고분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센터에서는 신라 고분을 다양한 방법으로 체험할 수 있다.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컴퓨터그래픽(CG)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한국문화재재단과 함께 이달 25일부터 6월 4일까지 경복궁 소주방 권역에서 ‘수라간 시식공감’ 행사를 한다고 8일 밝혔다.경복궁의 부엌인 소주방에서 궁중음식을 맛보며 전통공연과 놀이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수라간 시식공감은 ‘밤의 생과방’과 ‘식도락(食道樂)’으로 구성된다.‘밤의 생과방’ 참가자는 생과방에서 국악 공연을 들으며 궁중 다과를 즐길 수 있다. ‘식도락’에서는 남자 조리사인 대령숙수와 수라간 상궁으로 분한 행사 관계자들과 함께 소주방과 관련한 음식 이야기를 나누며 타락죽 등 궁중 음식을 맛볼 수 있
조선 21대 임금 영조의 딸이자 사도세자의 친누나인 화협옹주(和協翁主 1733~1752)의 묘에서 출토된 화장품 유물이 현대적으로 재탄생했다. 기록에 따르면 영조와 후궁 영빈 이씨 사이에서 태어난 화협옹주는 열한살 때 영의정 신만의 아들 신광수와 혼인했으나 자손을 낳지 못하고 스무살 때 홍역으로 세상을 떠났다. 경기 남양주시 삼패동에 있는 그의 무덤에선 옹주가 생전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빗·거울·눈썹먹 등 화장도구와 다양한 화장품이 담긴 소형 도자기 등이 나와 관심을 끌었다.이에 약 270년 전 화협옹주의 유물을 현대적으로 재탄
라면은 현대인의 대표적 간편식이다. 진하고 고소하면서 칼칼한 맛을 자랑하는 한국 라면은 해외에서도 최고의 인스턴트 음식으로 꼽힌다. 북한주민들 역시 라면을 아주 좋아한다. 라면 1개당 쌀 1근 값(북한돈 3000원 내외)이라 쉽게 못 사먹을 뿐이다. 더구나 한국 신(辛)라면은 북한에서 귀한 음식에 속한다. 한번 맛보면 그 강렬한 미각의 추억을 잊기 어렵다. 나중에서야 남한 제품인 줄 알고 충격받는 경우도 있다.19세기 후반 일본에서 중국의 ‘라몐’(拉麵)에 일본적 풍미가 더해지며 ‘라멘’이 됐고 나아가 인스턴트화 한다. 인스턴트 라
경주 금관총에서 출토된 유물 가운데 '이사지왕'(尔斯智王)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칼들이 한자리에 모인다.국립경주박물관은 19일부터 신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황금 유물이 다수 전시된 신라역사관 제2실에서 '이사지왕' 등의 글자가 새겨진 큰 칼 3점을 전시한다고 밝혔다.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신라 금관이 나온 금관총은 1921년 가옥 공사 중 우연히 발견됐다. 2013년과 2015년에는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에서 각각 '이사지왕'과 '이사지왕도'라는 명문이 확인된 바 있다.관련 유물 2점은 국립중앙박물관에, 1점은 국립경주박물관에 각각 전시
요즘엔 한끼 식사가 한결 수월해졌다. 식사 대용으로 샐러드·햄버거 등 다양한 인스턴트 음식이 즐비하지만, ‘밥상의 축소판’인 도시락의 매력을 뛰어넘기 어렵다. 한국인의 주식인 밥에 반찬을 더한 간편식은 도시락뿐이다. 학창시절 저마다 도시락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을 잇고 마음을 나누게 만들던 도시락, 그 시대를 경험해본 사람들이 공유하는 특별한 감성일지 모른다. 급식·외식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손맛과 정성을 담은 도시락을 맛볼 일이 크게 줄었다. 오히려 배달 도시락이 더 다양하고 맛난 세상이다.우리말 ‘도시락’은 18세기
인생의 ‘큰 일’에 결혼만 있는 게 아니지만,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로 칭해지는 것은 결혼뿐이다. 그만큼 각별한 통과의례로 인정된다. 부부의 연을 맺고 새로운 첫 출발을 알리는 기쁨·설렘이 가득한 날, 신랑 신부는 최고의 주인공이다. 결혼식 예복이 특히 눈길을 끈다. 남한에선 전통 혼례식이 아닌 한, 검정 양복에 흰 드레스가 기본이다. 특히 순백의 드레스는 신부의 특권이라, 결혼식 하객으로 갈 때 흰색 복장을 피하는 게 예의라고 들었다. 북한에선 결혼식 예복을 ‘첫날옷’이라 한다. 대부분의 북한 신부들은 첫날옷으로 한복을 입기에
‘카레’를 특정 식물의 열매나 구근 요리로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인도에 관한 편견과 오해를 일깨운 책 제목이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였을 것이다. 7년간 인도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이옥순 박사가 1997년 펴낸 책이다(2007 개정증보판). ‘카레’란 남인도 말로 ‘양념’이다. 인도의 복합 향신료가 영국을 거쳐 19세기 후반 일본에 전해졌다.달달하고 부드러운 ‘카레’, 밥과 어우러진 ‘카레라이스’는 일본 음식이다. 그 역사성·위상이 우리나라 짜장면과 유사하다. 인도에선 강황·큐민·코리안더·정향·계피·카르다몸·후추 등을 그때그때 적절
‘카스테라’도 근대어의 하나다. 원형은 16세기 포루투갈 신부들이 일본 나가사키에 전한 밀가루 음식이었다. ‘빵 드 카스텔라’ 즉 ‘카스틸랴(현 스페인에 있던 왕국)의 빵’이라 불렸다. 포르투갈어 표기가 ‘Castella’였고, 받침을 못하는 일본어 특유의 한계 때문에 ‘ㄹ’이 탄락해 ‘카스테라’로 정착한다. ‘카스테라’는 일본문화다. 서구에서 왔으나 서구엔 없다. 사실상 한국음식이 돼 버린 짜장면의 경우와 유사하지만, ‘카스테라’의 독자화 명품화가 더 눈부시다.‘카스테라’의 생명은 달콤함과 촉촉함이다. 투박한 계란빵이던 ‘빵 드
‘아나운서’ 또는 ‘앵커’를 북한에선 ‘방송원’이라 부른다. 북한에서도 기품있고 교양있는 직업이다. 방송국 입사 역시 남한에서 만큼 어렵다. 아무리 화술이 뛰어나도 외모 호감도가 떨어지면 안 된다. ‘당국의 스피커’로서 생김새나 태도가 의젓해야 하며, 당연히 사상성은 기본이다. 조선중앙TV(중앙방송위원회 관할) 간판 아나운서 리춘희(80)가 대표적이다. 특유의 발성으로 엄숙하고 긴장감 넘치는 전달력이 독보적인 존재로 통한다.1971년 데뷔한 리춘희는 김일성상·김정일표창 등 주요 상을 휩쓸었고 북한 아나운서의 최고 영예인 ‘인민방송원
남한의 코미디프로그램을 북한에선 일명 ‘화술소품’이라 부른다. 만담 또는 재담이라고도 한다. ‘만담꾼’(코미디언)이 나와 화술(말솜씨)을 통해 희극적 상황을 형상하는 예술작품으로 인식되며, 배우들은 과장된 분장이나 의상을 하지 않는다. 촌극·재담·막간극·노래독연·만담·풍자독연 등이 있고, 작품에 따라 1명, 많게는 8명, 10분에서 20분 정도로 구성된다.‘화술소품’ 역시 당과 수령에게 충성하는 인민들로 배양하기 위한 선전선동 수단의 하나다. 시작과 끝부분에 꼭 ‘장군님을 위하여~’ 식의 대목이 있다. 북한의 거의 모든 예술작품은
남한의 ‘통장’을 북한에선 ‘인민반장’이라 부른다. 인민반장은 하나의 인민반을 대표하는 책임자에 해당한다. ‘통’을 읍·면 아래의 ‘리’와 같은 단계의 행정구역으로 구분하듯, 북한도 비슷하다. 다만 도시와 농촌의 인민반 세대별 구성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도시에선 동 단위별로 여러 개의 반이 있고, 농촌에선 마을별로 나뉜다(보통 30~40세대가 1개 반). 한국의 통장 역할은 주로 자기 구역 내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종량제봉투를 배부하거나, 지자체 회의·행사에 참여하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통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몰라도 되기 때문
사람은 사람을 통해 성장한다. 세상에 태어난 이래 누군가의 제자로, 누군가의 스승으로 배우고 가르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제자가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는 날 우리는 손 편지를 쓰고 전화로 인사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시한다. 바쁜 일상 속 안부조차 전하지 못했던 아쉬운 마음을 이렇게나마 달래보는 듯하다. 올해는 ‘스승의 날’ 58주년을 맞는 해이다. 1963년부터 시행된 스승의 날은 원래 5월 26일이었으나, 세종대왕의 탄신일을 기념하여 1965년부터 5월 15일로 시행돼왔다.북한에선 남한의 ‘스승의 날’과는 전혀 다른 ‘교육절’(9월
‘다이어트’는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보편적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배고픔을 달래던 과거와 달리 먹거리가 풍요로워진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다이어트’는 본래 식단(食單)이란 뜻의 영어 ‘diet’에서 왔다. 우리말로 ‘식이요법’이다. 불어난 체중을 줄이는 것은 기본이고, 건강한 체질, 보기좋은 체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엔 단순 살 빼기를 넘어 건강을 살피는 올바른 다이어트 방법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는 추세다.그러나 북한에서 ‘살 빼기’는 보기 드문 일이다. 한국에서 다이어트에 해당하는 ‘살 빼기’를 ‘몸 까기’, ‘살찌다
요즘 일상생활 속에 줄임말과 신조어가 참 많아졌다. ‘마삼중’ ‘당모치’ ‘자이낸스’ 등 올해의 대표적 신조어와 줄임말인 ‘소확행’ ‘갑분싸’ ‘생파’ ‘엄빠’ 등이 있다. 일상생활 줄임말은 아니지만, 북한에서는 호칭에 대한 줄임말을 꽤 오래전부터 사용해왔다.‘소지’ ‘청지’ ‘생지’가 북한식 줄임말의 한 예다. ‘소지’는 소년단지도원, ‘청지’는 청년동맹지도원, ‘생지’는 생활지도원 등을 일컫는 말이다. 두 개의 고유명사 앞 글자를 생략해 만든 키워드인 셈이다. 공통호칭인 ‘지도원’은 북한 당(조국·수령)의 혁명과업을 위해 일정한
言+論의 글자조합이 처음 출현한 것은 3세기(위진남북조)경이지만, 19세기 후반 일본에서 오늘날 같은 의미의 명사가 됐다. 그 이전 ‘言論’은 글자그대로, 동사(말하고 논하다)였다.‘저널리스트=언론인’이니, ‘저널리즘=언론’일까? 예상과 달리, ‘言論 겐론’은 ‘스피치Speech’의 번역어로 자리잡은 일종의 ‘신조어’였다. ‘言’은 입(口)+혀(舌)의 상형에서 온 글자, ‘論’(言+侖조리·질서 륜)은 말을 조리 있게 구성하는 행위·결과다. 나아가 근대어로서의 ‘言論’엔 ‘공적인 발언’이라는 발상이 담겼다. 20세기 전반 일본유학파
"왜 청산에 사느냐 묻길래, 웃으며 대답 않지만 마음은 느긋해. 복숭아꽃 물따라 아득히 흘러가는 곳, 또 다른 천지로되 세상이 아니로다"(問余何事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杳然去, 別有天地非人間). 이백의 명시 ‘산중문답’이다. 마지막 구절에서 보듯, ‘人間’이란 원래 ‘사람 사는 곳=세상’이지 ‘사람=개인으로서의 인간’은 아니었다. 불교용어로 널리 보급된 이래 천수백년간, 19세기 일본에서 ‘人間=사람’ 용법이 등장하기까지 줄곧 그렇게 쓰였다.1세기경 중국에 불교가 전해진 이래 수백년에 걸쳐 여러 불경이 번역된다. 주로 산스
‘교양’은 독일어 ‘빌둥Bildung’의 일본어 번역 ‘kyoyo敎養’에서 왔다. 형성하다·만들다 등을 의미하는 ‘빌덴bilden’의 명사형이 ‘Bildung’이다. ‘교양 있는 사람’ ‘교양 없는 태도’, ‘(대학교) 교양과정’ 등의 쓰임이 한국어 일본어는 완전히 일치한다. 반면 중국어에선 ‘가르칠 敎-기를 養’, 글자 그대로의 동사 또는 ‘교육 배양敎育培養’의 준말이다. 요즘 중국어 사전엔 ‘Bildung으로서의 敎養’ 의미도 실려 있지만, 중국인들에게 더 친숙한 표현은 ‘문화(wenhua文化)가 있다, ~ 없다’이다.한국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