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광
장석광

성공한 공작 사례는 다른 일방에게는 실패한 방첩 사례다. 공작과 방첩은 동전의 양면이다. 공작이 성공하려면 적의 방첩 기법을 충분히 숙지해서 이를 회피하거나 무력화시켜야 한다. 방첩이 성공하려면 적의 공작 기법을 충분히 숙지해서 이를 적발하거나 저지시켜야 한다. 정보사 군무원 A의 기밀 누설은 중국에선 성공한 공작이고, 한국에선 방첩의 실패다.

2017년 4월, 군무원 A는 중국에 구축된 휴민트를 접촉하기 위해 중국에 갔다가 연길공항에서 체포됐다. 중국 정보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A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군사 기밀을 넘길 것을 강요했고, 거부할 경우 한국에 있는 가족의 신상에 위해를 가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지난 8월 28일 군검찰이 A를 기소하면서 밝힌 내용이다. A의 진술에 근거한 부분적 내용에 불과하지만, 중국 공작 기법의 한 단면을 짐작할 수 있다.

다음은 올해 5월 26일 중국의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Ministry of State Security)가 MSS의 공식 위챗 계정에 올린 내용이다. 한국 군무원 A에게 사용됐던 공작 기법이 자국의 방첩 기법에 그대로 접목된 사례다.

이(李)씨 성을 가진 저명한 중국 과학자가 연구 목적으로 외국에 출장을 갔다. 공항에 도착해서 출입국 검사를 하는데 외국 정보요원이 과학자에게 접근했다. 정보요원은 중국 과학자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다며 조사를 위해 은밀한 장소로 동행할 것을 강요했다. 정보요원은 과학자의 소지품을 압수했고, 과학자의 연구 활동이 사실은 정보 수집이 목적이며, 자국의 국가안보를 해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과학자는 자신에게 제기된 근거 없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정보요원은 ‘신변 안전을 보장해줄 수 없다’ ‘종신형’ 등의 위협을 가하면서 ‘중국의 연구 정보’를 자국에 제공해 줄 것을 강요했다. 과학자는 정보요원의 강요를 거부할 수 없었다.

정보요원은 이씨에게 중국으로 귀국한 후에도 특정 통신 채널을 통한 정보 전달을 요구했고, 거부할 경우 중국의 관련 당국에 신고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씨는 귀국 후 당국에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해외에서 겪은 강압과 간첩 활동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도 의도치 않게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린 데 대해 깊은 후회를 표명했다.

군무원 A와 중국의 과학자 이씨가 정보기관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 과정이 같다. 스파이 세계에선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적의 취약 포인트는 나의 공격 포인트가 되지만, 적의 취약점은 나에게도 취약점이 될 수 있다. 두 사건에서 서로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의 A는 귀국 후 신고를 하지 않고 적극적 간첩행위로 나아갔지만, 중국의 이씨는 귀국 후 바로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국가안전부는 5월 26일 위챗 게재자료에서 ‘해외에서 공부하거나 해외에서 친지를 방문할 때 또는 해외에서 여행하는 동안 국가안보와 대간첩 활동에 대한 인식을 확고히 유지하고, 높은 경계 태세를 유지해야 하며, 외국 첩보기관이 설치한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것은 역으로, ‘외국인이 중국에서 공부하거나 중국에서 친지를 방문할 때 또는 중국에서 여행하는 동안 중국 정보기관이 함정을 설치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첩과 공작은 한몸이기 때문이다.

군무원 A는 귀국한 이후에도 중국 측에 무려 40회 이상 돈을 요구했다. 4억 원을 요구해서 1억6000만 원을 받았다. ‘가족에 대한 신변 위협’ 때문에 비밀을 누설했다는 주장이 무색하다. 결국 돈 때문에 조국과 동료를 팔았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한국 군무원 A와 중국 과학자 이씨! 왜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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