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라는 말그냥, 이라는 말이 좋아졌다. 임의로운 사이에 주고받는 말, 심드렁할 때, 딱히 심정을 밝히고 싶지 않을 때, 사는 일 고만고만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쓰는 말, 평양냉면처럼, 도라지나물같이 슴슴한 말, 오신채 없는 절밥처럼 싱겁고 오래 사귄 연인처럼 친숙한, 이것도 저것도 아닌 묵묵부답에 가까운 말, 어때? 그냥! 때로 시멘트처럼 단단한 대답과 확신은 외려 불신을 불러온다. 나이 드니 그냥, 이라는 말이 그냥 좋아졌다.이재무(1958~ ) ☞‘그냥’은 아무런 대가나 조건, 의도 같은 게 없는 순 우리말이다. ‘그냥’
박석근의 詩가 있는 아침
박석근 작가·문화비평가
2024.08.27 1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