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사과를 먹고 있었다. 한국 친구들의 조언이 생각났다. 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이지만 밤에 먹는 사과는 독이야, 절대 먹어서는 안돼. 아침에 금이 저녁에 독이 된다고? 나는 계속 먹으면서 웃었다. 이 신선한 사과 때문에 문제가 생길 리 없어.그날 새벽 2시쯤 배가 심하게 아팠다. 고통은 점점 더 심해지고 친구들 말을 듣지 않은 것이 후회됐다. 그들의 충고를 조롱한 것에 대한 벌, 그들의 조상 영혼이 내리는 벌인가 싶었다. 새벽 3시, 참다못해 밖으로 나왔다. 몹시 추웠다. 택시 승강장으로 가는 발걸음마다 칼이 찌르는 듯한
‘15분 도시’는 도보나 자전거로 15분 이내에 일자리·쇼핑시설·병원·학교·공원·문화 및 복지시설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다는 도시계획이론이다. 프랑스 소르본 대학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가 제창했고, 세계 여러 도시에서 실제 추진되고 있다.파리의 안 이달고 시장도 2020년 재출마할 때 15분 도시 구축계획을 선거 공약에 넣었다. 캐나다 오타와도 15분권 내 도시계획안을 제시했고, 호주 멜버른에서는 20분권 도시계획이 채용될 전망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자동차 통행을 금지하는 ‘슈퍼 블록 전략’을 실시하고 있
숨이 막힌다. 연일 계속되고 있는 폭염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 사회가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변했기 때문이다.물질적인 풍요로움과 정신적인 풍요함은 반비례하는 것인가? 우리 주변에서 정신적인 문화의 향기가 소리 없이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다. 물질을 추구하는 나머지 가장 귀한 것을 어딘가에 놓고 온 것 같다.필자가 80년대 후반에 처음 한국을 찾아왔을 당시 느꼈던 가장 큰 감동은 한국의 전통적인 가정문화였다. 강한 아버지가 있고, 헌신적인 어머니가 있고, 조부모·부모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자녀가 있는 건강한 가정. 명절
그동안 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역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민간 교육기관 ‘리박스쿨’(대표 손효숙)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리박스쿨은 자유우파의 신념과 가치관을 가진 청소년 인재를 길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청소년들이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법치주의를 지향하는 대한민국 건국 정신을 계승,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시민을 계몽하는 운동도 함께 전개하는 시민단체다.리박스쿨에서는 그동안 온라인 주니어 대한민국 Why 교실, 청소년 기업 탐방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살아있는 역사교육을
2017년 문 정부 출범 이후, 특히 2020년 총선 이후 정치적 대립 갈등이 훨씬 격렬해지고 저열해졌다. 왜 그럴까? 손뼉은 마주쳐야 소리가 나기에 양비론을 구사하는 것은 쉽다. 양대 정당의 큰 허물 수십 개를 나열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그런데 갈등의 발단과 내용을 살펴보면, 양비론은 진실을 가리고 책임을 호도한다. 정치의 전쟁화와 저열화는 압도적으로 민주당 책임이다.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민주·진보·노동세력은 1987년 이후 변화·개혁을 주도했다.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선도했다. 이들이 몽땅 파탄났다.도덕적 신뢰(청
중국에서 2014년 제정된 ‘반간첩법’이 2023년 4월 개정,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간첩 행위에 대한 정의가 더욱 확대됐다. ‘국가 안전과 이익에 관한 문서·데이터·자료·물품 등 산업 비밀을 도난하거나 제공하는 행위 및 사이버 첩보 행위’가 모두 대상이 된다. 이에 국제사회에서는 간첩 행위에 대한 정의가 애매하고 자의적으로 운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반간첩법이 개정되기 전에도 중국에서 활동하는 일본인이 구속되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 2015년 이후 2023년 6월까지 적어도 17명
지난 6월 13일 일본판 ‘차별금지법’으로 불리는 ‘LGBT 이해증진법안’이 중의원 내각 위원회를 통과했다. 2년 전 초당파 합의안이 제출됐다가 자민당 반대로 보류된 것이, 2번의 수정을 거쳐 통과에 이르렀다. 23일부터 시행된 이 법안에 따라 앞으로 내각에 담당부처를 설치, 기본 계획을 책정할 전망이다.이번 LGBT 이해증진법 제정은 일본 내에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충분한 국민적 논의 없이 급하게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여성임을 자처하는 남성이 여성 화장실이나 목욕탕에 진입할 가능성 등
초등학교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교실을 열심히 청소한 일이다. 일본에서는 ‘自分のことは自分で(나의 일은 내가 한다)’라는 기본적인 교육 지침이 있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어리다고 어른이 다 해주면 오히려 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사용한 장소는 깨끗이 치우고, 물건을 소중하게 다루도록 가르친다.학기 마지막 날은 대청소하는 날이다. 학생들이 모든 책상과 의자를 옮기고 교실 마루를 걸레로 깨끗이 닦은 후, 왁스로 반짝반짝 빛날 때까지 닦는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역할 분담해 공동작업을
요즘 공원에 나가 보면 아이들은 별로 없고 강아지들이 더 많이 보이는 것 같다. 한국 출산율이 0.78명으로 세계 최저라는 통계가 새삼 와닿는 것 같다.정부에서는 저출산 초고령화 대책으로 개방적 이민정책을 고려하고 있는 모양이다. 법무부가 이민청·재외동포청을 신설할 것이라는 뉴스도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이민정책이 인구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유럽에서는 일찍부터 개방적 이민정책으로 많은 이민자와 난민들을 수용해 왔다. 하지만 그 중심에 있던 영국·독일·프랑스는 다문화주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잇따라 표출했다.
기원전 1-6세기 한반도 남부에 세력권을 형성했던 가야(伽耶)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전망이다.가야고분군은 1~6세기 중엽에 걸쳐 영남과 호남 지역에 존재했던 가야의 7개 고분군을 하나로 묶은 연속유산이다. 지산동 고분군(경북 고령), 대성동 고분군(경남 김해), 말이산 고분군(경남 함안),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경남 창녕), 송학동 고분군(경남 고성), 옥전 고분군(경남 합천),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전북 남원) 등으로 구성됐다.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에 성공하면 한국의 16번째
최근 ‘다나카’이라는 캐릭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인 ‘호스트’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설정해 팬들에게 웃음과 위로를 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금기시되어 온 호스트라는 캐릭터 설정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그를 초대해서 사인회를 열면, 값비싼 상품이 불티나게 팔릴 정도이니,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봐도 될 것 같다.일본 속담에 ‘職業に貴賤はない’(직업에 높고 낮음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모든 직업이 귀하고 소중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서비스업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갑질하는 손님 때문
오는 22일부터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일시 정지 의무를 어기는 차량 운전자에 대한 본격 단속이 시작된다고 한다. 그동안 우회전은 ‘알아서’ 하던 습관에 젖어 있던 사람들은 이제 법을 따라 움직여야 하겠다.말이 나온 김에 교통문화에 대해 필자의 경험담을 얘기하려 한다. 자동차 한 대가 횡단보도 앞에서도 일시 정지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직진했다. 횡단보도를 건너가던 할머니는 빠르게 다가오는 차에 놀라서 급하게 피하려다 넘어졌다. 잘못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물론 최근에는 많이 개선된 것 같긴 하지만, 정지선을 지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미래지향적인 파트너로서의 새 출발을 확인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완전 정상화·수출 규제 해제·화이트국 복귀 등 정상회담의 의미와 성과는 크다. 날마다 위험 수위를 높이는 북한 핵위협에 공동대처하는 좋은 출발이다.세계는 역사적인 대전환기에 들어갔다. 2차대전 이후 오랜 세월 미국이 주도해 온 국제질서가 중국·러시아의 연대로 근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국이 러시아를 선동해 유라시아대륙 전체를 볼모로 미국과 대결하는 신냉전 구도가 진행되고 있다. 중러의 밀접한 연대는 미국에게 큰 위협이 아닐
지난 칼럼 ‘도쿄 거리에 휘날린 태극기’에서 한일 우호와 북한 인권 문제 공론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일본 시민 활동에 대해 전했다. 이번에는 한일 정상회담에 즈음하여 열린 윤석열 대통령 환영 집회를 소개한다. 아울러 미래지향적인 파트너로서 새롭게 출발한 양국의 다음 단계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지난 3월 16일 오후 1시부터 일본 총리 관저 앞에 ‘자유와 인권을 지키는 한미일협의회’ 회원 3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태극기를 걸고 윤석열 대통령의 도착을 기다렸다. 손에 든 피켓에는 윤 대통령 사진과 함께 ‘Welcome 윤석열
3월 16일 양국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일정상회담이 이뤄졌다. 한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국제회의를 제외하면 12년 만이다.그동안 경직된 한일관계가 개선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는 일본에서도 많이 나오고 있었다. 일본 최대 코리아타운이 있는 도쿄 신오쿠보 ‘신주쿠 상인 연합회’에 의하면, 한일관계 악화 이후 방문객이 절반으로 줄었으며 한국 관련 점포도 40% 감소했다고 한다. 그래서 상인들도 이번 회담 이후 민간교류도 훨씬 활성화될 것이라며 기뻐하는 분위기다.그러나 이번 회담에 이르기까지 외교 관계자들의 물밑작업은 순탄치 않았을 것
지난 3월 4일 일본 도쿄에서 ‘제6회 3·1 아시아의 자유를 지키는 대행진·특별집회’가 열렸다. ‘자유와 인권을 지키는 한미일 협의회’와 ‘통일일보 독자 모임’이 공동 주최한 행사다.이날 행진에 앞서 12시 30분부터 열린 대회에서는 북송 사업의 진실을 밝힌 다큐멘터리 ‘제168차 북송선’이 상영됐다. 50년 가까이 세상에 빛을 못 본 비장의 영상이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북송 사업의 실체를 알려줬다. 적십자사의 인도적 사업이라는 명목 하에 진행된 북송 사업이 실은 무시무시한 북한 공작으로 이용된 사실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었다.
제104주년 3·1절을 맞이해서 광화문 일대는 태극기를 든 시민들로 가득했다. 경찰은 이 날 4만 명이 모였다고 하지만, 광화문에서 서울시청까지 가득 메운 인파는 수십 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여진다.이 날은 다수의 국민이 자발적으로 태극기 운동에 참여해 자유와 독립을 향한 염원을 표출한 날이다. 하지만 주류 언론들은 교통혼잡 요인으로 부정적으로만 다루고 있다. 도심 곳곳에서 일어난 시위로 인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 날 광화문과 시청광장에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이유에 대해서는 눈을 돌리고 말을 아끼고
섬나라 일본에는 1만4000개 이상의 섬이 있고, 그중 6432개가 무인도다. 그런데 최근 오키나와의 무인도 야나하 섬(屋那覇島)의 50%를 중국 여성이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야나하 섬은 오키나와 북쪽 약 20km에 위치하는 오키나와현 최대의 무인도다. 인구 약 1300명의 이제나 촌(伊是名村)이 관리하는 섬 중 하나로, 면적은 도쿄 돔의 16배 정도다. 섬의 8%는 국가 소유, 26%는 이제나 촌 소유다. 이 가운데 민간기업 등이 소유하는 땅이 경매에 올랐다. 그러자 2020년 12월 24일과 2021년 2월 2
일본은 어디를 가더라도 그 장소 특유의 속도와 행동 방식이 있다. 구성원들이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면, 관리자로부터 ‘손이 가는’ 특별 관리 대상자로 취급받는다. 필자처럼 오래 외국에서 살다가 가끔 귀국하게 되면, 바로 적응이 안 돼 관리 대상자가 되어 며칠 고생한다. 적응하기 위해 열심히 앞사람을 따르고 있으면, 마치 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각 과정을 통과하는 기계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인간의 기계화가 그렇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그런 현상은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다가 인간다운 인간
얼마 전 한국에 와서 산 지 10년 정도 되는 일본 여성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9살, 7살 아이들을 키우면서 일본어 강사로 일하는 그녀는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했다. 일반 한국 학교는 너무 경쟁이 심해,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이유로 일본 학교에 보낸다고 했다. 부친의 일 때문에, 어린 시절 10년 동안 네덜란드에서 지낸 그녀는 국제 감각이 뛰어나다. 일반적인 일본 여성 이미지와 달리, 소탈하고 당당하다. 그녀는 아이들을 일본 학교에 보내는데 전혀 망설임이 없어 보였다.반면 ‘鄕に入っては鄕に從え’(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