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미카
와타나베 미카

최근 ‘다나카’이라는 캐릭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인 ‘호스트’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설정해 팬들에게 웃음과 위로를 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금기시되어 온 호스트라는 캐릭터 설정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그를 초대해서 사인회를 열면, 값비싼 상품이 불티나게 팔릴 정도이니,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봐도 될 것 같다.

일본 속담에 ‘職業に貴賤はない’(직업에 높고 낮음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모든 직업이 귀하고 소중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서비스업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갑질하는 손님 때문에 서비스업 종사자는 늘 고생한다. 예우를 받는 직업이 극소수로 정해져 있어서 극심한 경쟁사회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사회는 젊은 세대에게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다.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는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자녀, 학교에서는 공부 잘하는 학생, 직장에서는 일 잘하는 직원으로 살아야 하고 일탈 행동은 금물이다. 특히 여성들은 권위주의적인 가정·사회환경 속에서 억압을 받아왔다. 젊은 여성들은 어머니 세대가 겪고 온 권위주의적인 사회환경에 강하게 반발하고,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고 있다. 지난 2~30년 사이에 페미니즘이 만연된 배경이기도 하다.

경쟁에 지친 젊은이들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도피처를 찾고 있다. 그 틈을 타고 나타난 것이 가공의 인물 다나카다. 그는 한국 남자라면 자존심이 상해서 못하는 일도 다 한다. 손님이 즐거워한다면 모든 일을 다 한다. 그러면서도 매우 한국적이다. 어떤 자리에서도 대화를 주도하고 무대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젊은 세대가 어릴 때부터 일상적으로 즐겼던 일본 노래, 애니메이션 등에 대한 친근감도 팬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하나의 요소가 되고 있다.

생각해 보면 모든 엔터테인먼트의 기본은 고객을 재미있게 해주는 일이다. 일본 전통 예능 가부키(歌舞伎)의 유래는 ‘傾く’(かたむく)의 고어, ‘傾く’(かぶく)의 연용형(連用形)이다. 전국시대 말에서 에도시대 초에 교토에서 유행된 화려한 의상이나 색다른 분장을 좋아하거나 격식을 일탈한 행동에 빠지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다. 가부키는 낮은 곳에서 시작되어 대중을 열광시키는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

다나카 인기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한국 사회가 그처럼 함부로 대해도 화를 내지 않는 존재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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