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미카
와타나베 미카

요즘 공원에 나가 보면 아이들은 별로 없고 강아지들이 더 많이 보이는 것 같다. 한국 출산율이 0.78명으로 세계 최저라는 통계가 새삼 와닿는 것 같다.

정부에서는 저출산 초고령화 대책으로 개방적 이민정책을 고려하고 있는 모양이다. 법무부가 이민청·재외동포청을 신설할 것이라는 뉴스도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이민정책이 인구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유럽에서는 일찍부터 개방적 이민정책으로 많은 이민자와 난민들을 수용해 왔다. 하지만 그 중심에 있던 영국·독일·프랑스는 다문화주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잇따라 표출했다. 2005년 런던에서 52명 목숨을 앗아간 7·7 테러 사건이 이주민 2세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사회는 이주민 정착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에 휩싸였다. 2010년 10월 독일 메르켈 총리는 "독일의 다문화주의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2015년 11월 파리 도심 곳곳에서 IS 테러가 자행됐다.

한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몽골·동남아 국가에서 온 이주여성들이 증가하면서 다문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이후 정부는 외국인 정책, 다문화 정책 등을 발표됐다. 하지만 모든 정책이 중앙정부 주도형이었다. 지방마다 상황이 다르고 필요한 것이 다르기 마련인데, 현장 주도로 정책 수립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 결과 탁상공론과 쓸데없는 지출이 적지 않았다.

최근 일본에서는 출산율 2.95명을 기록한 ‘기적의 마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오카야마현 나기정(奈義町)은 인구 5700명의 작은 산속 마을이지만 획기적인 출산·육아 지원 정책으로 인구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 마을은 주민참여형 네트워크를 구축해 보육비·의료비·월세 등 다양한 사회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육아 지원센터인 ‘나기 차일드 홈’은 1998년 자녀 양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에서 시작돼 2004년 정식 육아 지원사업으로 채택됐다.

이 마을은 지난 20년 동안 지역 공무원·의원 수를 줄여가며 예산을 마련, 주민들에 대한 경제적·정신적 지원을 조금씩 늘려 나갔다. 그 결과 2019년 출산율 2.95명을 달성하게 됐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 육아 경험이 많은 선배가 저비용으로 아기를 돌봐주고 육아 상담도 해주면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이 되고 있다. 이 작은 마을의 성공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과 대치하는 한국에서는 안보 문제가 무엇보다 우선이다. 이민정책도 인구문제뿐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 조심스럽게 진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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