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미카
와타나베 미카

숨이 막힌다. 연일 계속되고 있는 폭염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 사회가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변했기 때문이다.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정신적인 풍요함은 반비례하는 것인가? 우리 주변에서 정신적인 문화의 향기가 소리 없이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다. 물질을 추구하는 나머지 가장 귀한 것을 어딘가에 놓고 온 것 같다.

필자가 80년대 후반에 처음 한국을 찾아왔을 당시 느꼈던 가장 큰 감동은 한국의 전통적인 가정문화였다. 강한 아버지가 있고, 헌신적인 어머니가 있고, 조부모·부모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자녀가 있는 건강한 가정. 명절과 제사 때마다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을 나누며 조상을 귀하게 모시는 관습 속에서 필자 역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그러한 가정적인 유대가 확대된 한국 사회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에너지 넘치는 역동적인 사회였다.

일본은 사회적인 질서를 가정에서도 지키는 형태지만, 한국은 가정적인 질서를 확대한 사회다. 그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을 닮은 사회라 말하고 싶다.

최근 불거진 사회 지도층 인사의 패륜 소식은 그래서 더 충격적이다. 정말 한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국 사회는 위험한 수준까지 변질되어 버렸다. 개인의 일탈 행위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심각한 문제를 단적으로 상징하는 사건이다.

공산주의는 먼저 가정을 공격하고 파괴하려 한다.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유혹하고 남성을 무시하게 만든 다음 가정적인 책임을 버리게 한다. 그렇게 파괴된 가정에서 자녀들을 떼어내 홍위병으로 만든다.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인륜도 없고 인권도 없다. 이번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 이어진 시부모 관련 논란은 한국 사회가 이미 상당 수준까지 공산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이 심각한 상황을 다시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인가? 국가의 주인이 국민인 이상, 모든 책임은 주인에게 있다. 국민이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해야만 위기에 처한 국가를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을 이토록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희생을 무릅쓰고 헌신해 온 선배 세대의 위대함을 후배 세대가 배우고 계승해야 한다. 자신의 뿌리를 부정하면 자신에게 영양소를 공급해주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누구의 희생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 자신의 뿌리를 모르는 나무가 얼마나 비참한가. 뿌리를 부정하는 것은 자살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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