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내 북한전문가 “9.9절 행사서 최고지도자 연설은 처음” 지적

“김정은, 연설서 노동당 지배 당위성 강조...5개년 계획 전 국민에 호소”
“핵개발 보다 국내문제 언급 시간 더 길어...국내문제가 더 심각한 상황”

“김정은 아닌 다른 간부들이 태양궁 참배하지 않은 것은 좀 이상한 상황”
“北 고위층 체제 흔들리고 있단 징후...‘불평등한 상황’이 생기고 있는 것”

북한 정권 수립일(9·9절)을 맞아 김덕훈 내각총리를 비롯한 북한 간부들이 지난 8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
북한 정권 수립일(9·9절)을 맞아 김덕훈 내각총리를 비롯한 북한 간부들이 지난 8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

최근 북한의 고위층도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불참하는 등 현재 북한의 체제가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어 독재자인 김정은이 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북한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는 지난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올해 9‧9절 정권수립 76주년 기념식 행사를 보며 “김정은과 북한 고위층이 현재 국내 상황에 대해 강한 불안감이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키노 교수는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김정은의 연설”이라며 “북한 9.9절 행사에서 최고지도자가 연설한 것은 처음이다. 많은 해외 언론은 김정은이 북한 핵무기에 대해 언급했다고 보도했지만, 그 내용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는 연설에서 노동당의 지배가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강조하면서 5개년 계획의 추진을 전 국민에게 호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정은은 북한이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나라라고 주장했지만, 그 말을 믿는 북한 주민은 거의 없다”며 “김정은은 5개년 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수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애국심과 충성심만을 요구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핵 미사일 개발에 비해 국내 문제를 언급한 시간이 더 길었다”며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는 해외 문제보다 국내 문제가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또한 “김정은은 대규모 해군기지 건설에 의욕을 보였으나, 이는 실현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북한은 공업 수준이 낮아 대규모 함정을 건조할 기술이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마키노 교수는 김정은이 이런 식의 근거 없는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하면서 특히 북한 고위급 간부들이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참여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마키노 교수는 “김정은 뿐 아니라 김여정, 조영원(노동당 조직비서), 최선희(외무상), 현송월(노동당 부부장)이 참배하지 않았다”며 “북한은 원래 최고지도자 외에는 모두 평등하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따라서 김정은이 참배하지 않은 것은 이해되지만 다른 간부들, 특히 ‘로열패밀리’가 아닌 이들도 참배하지 않은 것은 좀 이상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예외적인 상황은 북한 고위층 권력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징후라고 볼 수 있다”며 “아마도 최고지도자 이외에는 모두 평등하다는 불문율을 지키지 않고, ‘불평등한 상황’이 생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권력의 부패가 심화하고, 권력 투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북한 체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빠지고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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