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수원종합운동장 체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손준호 선수가 중국 공안에게 겪은 일을 털어놓으면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
지난 11일 수원종합운동장 체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손준호 선수가 중국 공안에게 겪은 일을 털어놓으면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

중국 상하이공항에서 지난해 5월 공안에 체포됐던 축구선수 손준호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공안에게 당했던 협박과 강압수사, 회유 등을 털어놨다. 과거 더불어민주당에 동조해 ‘검찰수사권 완전박탈(검수완박)’을 주장한 경찰이 ‘선진제도’라고 찬양했던 중국 사법체계를 손준호 선수가 겪고 온 것이다.

손준호 선수는 지난 11일 오후 경기 수원종합운동장 체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중국에서 겪은 일을 털어놨다. 그는 "중국 공안이 허위 자백을 강요하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손 선수는 "중국 공안이 외교부를 통해 내 아내를 체포해 내가 있던 구치소에서 같이 조사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면서 "휴대전화 속 딸과 아들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냐, 엄마까지 여기 갇히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겠냐’며 혐의를 인정하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손 선수의 부인은 미스코리아 경남 선 출신인 김나현 씨다. 사실상 한국인을 납치하겠다는 수준의 협박이다.

손 선수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외국인이고 외교문제도 있고 해서 보석도 가능하다"며 "여기서 나가면 중국에서는 두 번 다시 축구를 못하게 되겠지만 한국에서는 할 수 있지 않느냐"며 혐의를 빨리 인정하라고 회유하거나 협박했다.

그는 또 "중국 공안 조사 당시의 음성 파일을 공개해 부당한 수사를 받은 사실을 밝히고 싶었지만 중국 공안은 영상만 있지 음성은 없다고 했다"며 "그들이 내세운 증거는 초기 수사 때 압박을 통한 내 거짓 자백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중국축구협회는 10일 "손준호 선수는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며 영구제명 조치를 내렸다.

한편 국내 언론들은 손 선수가 중국 선수로부터 20만 위안(약 3700만 원)을 받았다고 인정한 점에만 주목하며 마치 중국 공안 수사에 문제가 없다는 듯 보도하고 있다. 중국 공안이 손 선수와 해당 선수가 서로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은 사이였고, 손 선수가 해당 선수에게 60만 위안(약 1억 1200만 원)을 보낸 사실은 외면하는 등의 불공정 수사를 짚은 매체는 드물었다.

중국 사법체계는 북한만큼 후진적이다. 마오쩌둥이 자신에 대들던 사법체계를 무너뜨린 탓이다. 중국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검찰과 법원이 없다. 변호사도 우리나라 등 서방에서 생각하는 역할을 할 수 없다. 덩샤오핑이 집권한 뒤 문화혁명 때 모두 숙청당한 검찰을 복직시키고 제도를 되살리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법원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중국에서는 공안이 결정하면 검찰이 기소하고 법원이 판결을 내린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수완박’ 당시 이에 동조한 일부 경찰은 토론회에 공안이 중심이 된 중국 사법체계를 찬양했다. 김웅 전 의원은 2022년 4월 "2019년 검수완박 관련 토론회에서 ‘조국의 수사권 조정법안은 중국 공안법 표절’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경찰 측에서 ‘중국 형사소송법이 우리 법보다 선진적’이라고 당당히 주장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주장에 동조했던 경찰이 현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다수 포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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