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연구 권위자 김규원 교수, 37년 사용 전자레인지 제조사에 기증

37년간 사용하던 전자레인지를 기증한 김규원 서울대학교 약학과 명예교수. /삼성전자
37년간 사용하던 전자레인지를 기증한 김규원 서울대학교 약학과 명예교수. /삼성전자

항암 연구 권위자인 김규원 서울대 약학과 명예교수가 약 40년간 고장없이 사용해온 전자레인지를 제조사인 삼성전자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김 교수는 "미국에 가서 결혼 생활을 시작한 게 1985년인데 그때 대부분의 가전제품이 일제 아니면 미제였다"라며 "백화점과 마트를 돌아다니다 삼성 로고가 보여서 반가운 마음에 전자레인지를 바로 구입했다"고 말했다고 삼성전자가 11일 밝혔다.

1986년 미국 하버드대 연구원 시절 구입해 사용해온 이 전자레인지는 가족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는 게 김 교수의 전언이다. 바쁜 학교 생활 속에 아내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음식을 데워 식사로 해결할 수 있어서다. 지난 2005년 삼성호암재단에서 수여하는 호암상(의학분야)을 수상자이자 항암 연구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는 김 교수는 "40년 동안 암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호암상을 수상하는 데도 이 전자레인지가 큰 기여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전자레인지는 제품 속 전구 교체나 고장 한 번 없이 37년 동안 현역으로 일했다. 아내와 ‘참 잘 만든 제품이다’라는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는 김 교수는 세심한 관리로 지금까지 전자레인지 내부 상태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있다. 당초 40년을 꽉 채워 전자레인지를 사용한 후 기증하려던 김 교수는 2022년 말 아내가 세상을 떠나면서 예정보다 일찍 전자레인지를 기증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점차 고령화되는 사회에 대비해 노인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을 개발해야 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라며 "‘삼성전자는 미래의 희망을 만듭니다’ 같은 슬로건을 내세워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교수가 기증한 전자레인지는 삼성전자의 클래식 컬렉션 제품으로, 1986년에 수출형으로 만들어진 MW5500 모델이다. 이번 기증을 계기로 해당 제품은 사용자의 손을 떠나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SIM)에서 다른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줄 예정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