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
이정민

2022년 9월 16일 윤 정부의 초대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이원석. 대한민국 역사상 검찰총장이 이렇게 많은 국민적 관심과 기대를 받으며 취임했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이원석이라는 이름 석 자는 생소했지만, 검찰총장이라는 직함은 무겁고 절실했다. 그만큼 취임하자마자 역사적인 임무를 지닌 윤 정부의 가장 핵심적 인물이 됐다. 동시에 이전 133일간 지속된 역사상 최장기간 검찰총장 공백사태도 마무리됐다. 그리고 2년이 지난 현재, 오는 15일 임기가 끝나는 그에게 ‘역대 최악의 검찰총장’이라는 수식어도 함께 역사에 기록될 듯하다. 최고이든 최악이든 아무튼 역사에 남는 인물이 되긴 됐다.

2년 전으로 시계추를 돌려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를 소환해보자. "골프채도 한 번 안 잡으셨고 굉장히 예외적인, 보기 좋다"라는 호평과 함께 김남국 민주당 의원조차도 "후보자에 대해 주변 평가가 좋은 것 같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꽤 좋은 평가를 받았던 그였다. 물론 당시 민주당은 최종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의 평가는 박하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의 정치적 야욕은 ‘청렴’이라는 그의 미덕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더군다나 윤 대통령 본인이 검사 출신이었기에, 충분히 검증된 사람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그의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은 윤 대통령의 후광과 도덕성이 대체하며 그의 브랜드는 새롭게 탄생됐다.

"현명하지 못한 처신, 부적절한 처신, 바람직하지 못한 처신이 곧바로 법률상 형사처벌 대상이 되거나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지난 9일 김건희 여사의 불기소를 권고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결정에 대해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인사청문회 당시 ‘모든 사건을 법리와 증거에 따라서만 보겠다’고 했던 그였다. 하지만 법리에 전혀 해당되지도 않는 김 여사에 대한 사건을 가지고 4개월 동안 수사를 진행해왔다. 해당 사건에 대해 어그로를 끌며 수사를 지연시킨 기간까지 합치면 무려 9개월이 지났다.

설상가상 ‘개인적으로는 이번 기회에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해서도 정확한 법령의 보완이 필요하다’며 개인적 훈수에 뒤끝 작렬 옹졸함을 보였다. 적용되는 법이 없으면 각하시키는 것이 바로 법률적 절차인데, 그는 법리보다는 정치적 능숙함을 보였다. ‘헌법과 법률은 어느 누구도 예외를 두지 않는다’는 본인의 말을 자신에게 적용시키는 ‘메타인지’가 필요하다.

여전히 많은 국민은 그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과연 그가 검찰총장 이후의 스텝을 어떤 방향으로 밟을 것인지 말이다. 일종의 진영 파괴적 행동을 한 그였기에 민주당으로 갈 것이라는 의견도 있고, 한동훈 대표 체제에서 국민의힘에 입당해 재보선을 노린다는 예측도 있다. 법리보다 정치적 판단을 우선시했던 그였기에 그의 커리어는 국회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지대를 구축하기 위해 검찰총장이라는 직무를 정무적으로 잘 이용했기 때문이다. 정치인에게 가장 두려운 건 적을 만드는 것인데, 그는 우파 정권의 검찰총장으로서 좌파 진영의 적을 만들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위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자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은 서로 손잡으며, ‘검찰 수사가 정치 보복 수단이 되고 있다’고 외친다. 이원석이 나가니 적들이 힘을 합친다. 적이 없으면 검찰이 존재할 이유도 없다. 이제 적폐세력들을 검찰이 명백히 밝힐 시간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