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혁신도시 소재 국방기술품질원 청사. 국방기술품질원은 형식상으로는 방사청 산하조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방과학연구소와 맞물려 돌아간다. 무기 도입 및 수출 등과 관련한 실질적 권한은 기품원 산하 국방기술진흥연구소에 쏠려 있다고 한다. /연합

감사원이 방위사업청 산하 기관으로 돼 있는 국방기술품질원 정기 감사 결과를 9일 공개했다. 감사 결과 군 무기체계 59종에 들어가는 부품 가운데 2070종이 단종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966종은 재고도 없다. 때문에 각 군이 381종의 단종부품 개발을 요청했지만 29종만 부품 국산화 개발사업 과제로 선정됐다고 지적했다.

재생산은 방사청이 주관하지만 실제 시행은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한다. 이에 따른 재생산 계획에서 탈락한 부품에는 전차 부품 10종, 155mm 자주포 부품 5종, 5인치 함포 부품 6종, 패트리어트 미사일 부품 7종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일선 부대에서는 수리가 필요하면 같은 종류 장비에서 부품을 빼내 끼우는 일명 ‘돌려막기’로 운용 중이다. 즉 실제 가동 가능한 전력 수가 장부상 전력 수보다 적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으로 감사원은 방사청의 무기부품 조달기준을 꼽았다. 방사청이 경제성을 따지면서 무기 부품 생산을 허용하니 무기체계 운용에는 필수지만 소요량이 적은 부품들은 재생산을 허용하지 않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방사청에 단종부품 재생산 기준을 고치라고 통보했다. 방사청도 앞으로 부품 생산 결정 기준에 ‘군 운용성 향상’을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감사원의 감사는 타당하지만 놓친 문제도 있다. 바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방사청을 방패막으로 삼는다는 점과 군에 만연한 인력 부족 문제다.

전·현직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방기술품질원은 형식상으로는 방사청 산하기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ADD가 움직인다. 신무기 개발과 도입, 해외 수출 등의 경우에는 국방기술품질원 하부 기관인 국방기술진흥연구소에서 도맡다시피 한다. 만약 무기체계 개발이나 운용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은 방사청이 모두 진다. 반면 무기 도입을 실질적으로 추진하고 결정한 ADD와 국방기술품질원,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방사청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다.

다른 문제도 있다. 무기 부품 돌려막기로 장비를 운용해도 평소 멀쩡해 보이는 건 이상한 장비운용 규정 때문이다. 현재 군 주요 장비는 병사가 운용할 수 없다. 과거 병사들이 조종했던 기갑차량을 현재는 간부만 운용할 수 있는 규정이 대표적이다.

현재 거의 대부분의 부대에서 간부 부족 상황을 겪고 있다. 때문에 전차나 자주포 실사격 훈련 때 장비를 움직일 인원보다 적은 간부들이 이 장비와 저 장비를 뛰어 다니며 사격을 하는 진풍경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게 군 소식통들의 하소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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