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하면 수사 전환할 생각”

조지호 서울시경찰청장이 지난 3월 18일 서울경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청소년 도박 근절 릴레이 챌린지’ 캠페인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경찰이 ‘여성판 N번방’ 사건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한 데 이어 정식 수사 전환 여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여성판 N번방’ 사건 수사 상황 질의에 대해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고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인 사항이 확인된 것은 없다"면서도 "계속 들여다보고 필요하면 수사로 전환해서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여성판 N번방 사건이란, 회원 수 약 85만 명의 여성 커뮤니티인 ‘여성시대’에서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성적 명예훼손이 이뤄지고 있는 의혹이다.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여성시대 회원들이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남성들의 알몸 사진 등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들은 공유된 사진들을 보고 성적 희롱 발언과 품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사진들은 당연하게도 불법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성희롱 대상에는 미성년자도 있어 보인다는 말도 나온다. 언론을 통해 논란이 확산되자 현재 해당 카페에서는 문제의 게시글이 삭제돼 열람할 수 없는 상태다.

N번방 사건은 지난 2019년 2월경 불거진 텔레그램에 개설된 단체 채팅방을 통해 불법 음란물을 생성하고 거래·유포한 디지털 성범죄를 말한다. 이번 ‘여성판 N번방’사건도 N번방 사건처럼 특정 회원들만 볼 수 있는 게시판에서 사진이 유통된 점 등을 두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많았다.

다만 그간 홍역을 치러왔던 젠더갈등과 여성이 가해자라는 점 등 문제로 같은 사안의 성범죄임에도 미온적인 대처나 다른 잣대로 판단하는 것 아니냐는 ‘역차별’ 우려가 잇따랐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인지한 듯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중대한 성범죄"라며 "남성을 상대로 자행된 같은 수법의 범죄도 엄정 단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명백한 제2의 N번방 사건이다. N번방 가해자와 동일한 잣대의 엄벌이 내려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여성판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젠더갈등이 다시 불붙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다수 남성들이 역차별 민감도가 강하게 자리잡은 만큼 갈등 양상이 더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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