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군의 날 행사 모습. 더불어민주당이 ‘계엄령 음모론’을 주장하는 바탕에는 우리 군을 1980년대 이전 군대로 여기는 사고방식이 깔려 있다. /연합
지난해 9월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군의 날 행사 모습. 더불어민주당이 ‘계엄령 음모론’을 주장하는 바탕에는 우리 군을 1980년대 이전 군대로 여기는 사고방식이 깔려 있다. /연합

김민석·김병주 등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들은 당 안팎의 반발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계엄령 음모론’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현역 군인들이 어이없어 하면서도 적잖게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역 장교들이 민주당의 ‘계엄령 음모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소개했다. 이들은 의원실로 직접 연락해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교들은 민주당의 계엄령 음모론이 군인을 "명령이면 잘못된 일이라도 아무런 분별없이 그대로 수행하는 살인기계"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분노했다.

경기도에서 근무 중이라는 A 대령은 "어느 정권에 상관없이 그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격이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군은 오로지 국민을 위해 존재하며, 정권 비호를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논란을 야기하는 것 자체가 군인의 수준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경고했다.

대전에서 근무 중인 B 중령은 "군은 그 어느 조직보다 정치적 중립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한 뒤 "군은 어느 개인, 특정 집단을 위한 정치적 도구가 아니다. 우리도 정상적인 이성을 갖고 있고 무엇이 정의인지 판단할 수 있다.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을 갖고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지 말라"고 민주당의 음모론자들을 비판했다.

강원도에서 근무 중이라는 C 소령은 "군인은 상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지만, 그렇다고 옳고 그름마저 판단 못하는 무지한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국민이 정의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은 저 역시 따르지 않는다. 제발 군을 정치에 끌어들이지 말아 달라. 오직 안보와 국가만 생각하고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강원도에 근무 중이라는 D 대위는 "요즘 제 주변에서 전역한 동료 간부들이 많이 늘었고 사석에서도 전역하고 싶다는 말을 하는 동료들이 많아졌다"며 "우리가 처해있는 어려움이나 고충은 외면하면서, 계엄령이니 충암파니 이런 이야기들만 국회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가 왜 군복을 입고 있는지 회의감이 든다"고 한탄했다.

유용원 의원은 현역 장교들의 이야기를 전한 뒤 "야당 의원들이 주장하는 계엄령 괴담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도 없고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국방위 존재 이유가 안보를 튼튼히 하고 군의 사기를 높이는 것인데 이런 괴담이 이어지는 것은 신원식 안보실장의 지적대로 군에 대한 일종의 모독·모욕이라고 생각한다"고 민주당을 질타했다.

전직 육군 대령도 민주당 지도부의 ‘계엄령 음모론’을 비판했다. 민주당의 음모론에서 근거가 되는 것 중 하나는 2017년 계엄령 문건이다. 이 문건을 바탕으로 현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을 지낸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해당 문건은 실행을 전제로 만들었다고 보기도 어렵고, 현재 정치권이 이 문건을 현 상황에서의 계엄 준비와 연결시키려는 것은 의미도 없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