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부터 치안총감까지 35년 근무…해경 70년 역사의 절반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이 연합뉴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이 연합뉴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

"첫 순경 출신 청장으로서 좋은 선례가 돼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습니다. 앞으로 해양경찰은 현장에 강한 조직이 돼야 하고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지난달 5일 취임한 김종욱(55) 해경청장은 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해경 창설 70년 만에 순경 출신으로는 처음 수장이 된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그는 치안감에서 치안정감을 건너뛰고 치안총감으로 2계급 승진해 해경청장이 됐다.

김 청장은 경남 거제제일고와 초당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했으며 경상대 법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9년 순경 특채로 해경에 입문해 울산해경서장, 본청 경비과장, 본청 장비기술국장, 해경교육원장, 본청 수사국장 등을 지냈다.

올해가 해경 창설 70주년인 점을 고려하면 김 청장은 1987년 해경 전투경찰 시절부터 최고 계급에 도달한 현재까지 35년 넘게 해경 역사의 절반을 함께 하며 해양주권 수호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다음은 김 청장과 일문일답.

-- 35년이 넘는 해경과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그물로 ‘정치망’ 조업을 하는 어민이셨다. 삼촌도 해금강에서 유람선을 운영하셨고 외갓집도 굴 양식을 했다. 거제제일고 이름이 당시에는 거제수산고였다. 부산에서 승선 실습을 하며 트롤어선을 1년 넘게 탔고 해경 전경에 지원해 합격한 뒤 통영과 인천에서 근무했다. 해기사 자격증도 있고 해경 전경 출신이어서 순경 특채로 뽑힐 수 있었다. 1987년 10월 전경으로 입대한 때부터 지금까지 35년 넘게 해경에만 있었다. 순경부터 경정까지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모두 시험으로 승진했다. 젊을 때는 주로 형사계에서 잠복근무하고 변사사건도 처리하면서 퇴근한 뒤에는 승진 시험 공부도 해야 했다. 통영해경서에서 형사기동정 정장을 하는 등 경비함정에서도 6∼7년 근무했다. 근무지를 옮겨 다니느라 지금은 20대 중반인 쌍둥이 딸이 초등학교 때만 5번이나 전학을 해야 했다. 지금도 딸들에게 항상 미안하다.

-- 1953년 해경 창설 70년 만에 첫 순경 출신 청장이다. 역대 청장들과 차별점은.

▲ 개인적으로 영광이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청장이 되기까지 모든 계급에서 다양한 직책을 맡았다. 순경 때부터 여러 부서에서 근무하며 쌓은 경험이 청장으로 일할 때 자양분이 될 듯하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일선 직원들의 고충과 현장부서의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순경 출신도 청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많은 직원에게 좋은 자극과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다. 청장으로서 늘 솔선수범하고 노력하는 자세로 일하겠다.

-- 취임 후 한 달이 지났다. 앞으로 해경 조직을 이끌면서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둘 생각인가.

▲ 취임 후 한 달간 현장부서를 점검하고 많은 직원과 대화하면서 조직을 이끌어 가기 위한 정책 방향을 좀 더 구체화했다. 앞으로 더 강인하고 튼튼한 해경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한다. 인사 제도, 조직 문화, 업무 체계 등을 개선해 조직의 내실을 다지고 교육훈련 체계도 바꿔 전문성을 높이겠다. 각종 사건·사고는 경찰서나 지방청 등 현장에서 중심을 잡고 처리하고, 본청은 정책·기획·예산 업무 위주로 개편할 생각이다. 일선 경찰서는 각종 사건·사고를 완벽하게 처리해야 하고 본청은 현장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경비와 안전 부서를 구조 조정하고 직무 난이도와 책임에 걸맞게 상황관리 총괄 부서의 직급 상향도 추진할 계획이다.

-- 내년에 10주기인 세월호 참사는 해경에도 아픈 기억이다. 당시 구조작업이 미진하다는 이유로 해경 조직이 해체됐다가 부활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와 비교해 지금 해경의 사고 대응력은 얼마나 나아졌나.

▲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은 구조와 안전을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전문 구조대원을 키우고 첨단 구조장비를 갖추는데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하고 있다. 참사 후 구조 전문조직인 중앙해양특수구조단을 창설했다. 중특단 대원들은 전용 훈련장에서 심해 잠수나 전복 선박 구조 등 다양한 특수구조 훈련을 한다. 또 상황이 발생하면 잠수 지원함을 투입해 구조대원과 수중수색 장비가 현장으로 빨리 이동해 대응할 수 있도록 기동성도 강화했다. 해양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서는 구조거점파출소 26곳도 운영 중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84%였던 ‘1시간 내 현장 대응률’이 작년에는 93%까지 올라갔다. 선박사고로 인한 사상자 수도 2014년 485명이었으나 작년에는 61명으로 크게 줄었다.

-- 해경의 구조 역량을 더 강화하기 위한 방안은.

▲ 국민 누구라도 안전한 바다를 온전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해경은 어떤 악천후에도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구조 역량을 높이고 있다. 치안·안전 수요가 많은 해역에는 경비함정을 추가로 배치하고, 노후 함정이나 항공기는 신형으로 교체하는 중이다. 구조대원의 개인 역량을 강화하면서 수중수색에 필요한 최신 장비도 도입하고 있다. 또 대규모 인명 피해가 해상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대비해 소방당국, 지역 보건소, 의료기관 등과 응급 이송·구호 체계도 만들 계획이다. 해경의 노력뿐 아니라 국민 각자의 안전의식도 중요하다. 구명조끼 착용 운동 등 홍보도 강화할 생각이다. 해경은 현장에 강한 조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만들겠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