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의 호소는 근거가 있었다. 배드민턴협회의 스폰서십 계약 방식, 부상 관리, 선수 연봉 체계에 대해 정부가 조사한 결과 적지 않은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김택규 협회장의 횡령·배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문화체육관광부가 10일 발표한 중간조사 결과 드러났다.

협회는 유니폼뿐만 아니라 라켓, 신발까지 후원사 용품만을 사용하도록 강제했다. 국내 올림픽·아시안 게임 44개 종목 중 경기력에 직결되는 용품 사용에서 선수들 선택과 무관하게 특정 업체의 제품을 강제한 경우는 배드민턴과 복싱뿐이었다. 외국의 경우 미국·일본·프랑스는 특정 업체의 제품 사용을 강제하지 않는다. 덴마크는 신발 및 라켓에 대한 권리는 선수 소유임을 명시하고 있다.

국가대표가 아닌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한 것도 문제다. 협회는 국가대표가 아닌 선수는 5년 이상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남자는 만 28세, 여자는 27세 이상인 경우에만 세계연맹(BWF)이 승인한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경우는 국내 올림픽·아시안게임 44개 종목 중 배드민턴이 유일하다고 한다. 선수들 직업 행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 조치라고 봐야 한다.

협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비위 가능성도 드러났다. 회장과 협회 사무처가 주도해 후원사로부터 1억4000만 원 상당의 후원물품을 받기로 서면 계약을 체결했고 공문 등 공식 절차 없이 임의로 이를 배부했다는 것이다. 후원 물품을 사적으로 유용한 ‘페이백’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문체부는 이번 발표에서 김 회장의 횡령과 배임 가능성을 직접 거론했다.

국내 스포츠 단체들은 사실상 공공기관의 성격을 갖고 있다.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쏠리는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예산 및 제도적 지원이 이들 단체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 조직의 운영은 소수 임원진들의 담합에 의해 전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에는 배드민턴만 문제가 됐지만 축구나 야구 등 인기 종목의 경우 누적된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선수들의 인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전면적인 점검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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