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오
권태오

주일미군 5만5000여 명은 해외 주둔 미군 중 수적으로는 나토(NATO) 지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이며 주한미군의 두 배다. 또한 주한미군은 평택의 2사단과 오산의 7공군만 전투부대이고 나머지 군은 연락단 수준인데 비해, 주일미군은 육군 1군단 전방 지휘소를 제외하고 나머지 7함대· 5공군·3해병 원정군·1특전단 등은 완전한 전투부대이다. 한반도 유사시 우선 투입 전력이며 유엔사 후방지휘소 운용에 관련되는 부대들이기도 하다.

객관적으로는 주한미군보다 훨씬 막강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각 부대는 모두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작전통제를 받고 있다. 주일미군사령부는 단지 주일미군을 대표하며 행정 통제권만 행사하고 있다.

오랜 기간 일본은 주일미군을 직접 작전이 가능한 통합군으로 개편해 줄 것을 요청해 왔는데 드디어 지난 7월 28일 도쿄에서 개최된 2+2회의(미국과 일본의 외교와 국방장관 회의체)를 마치고 미국의 오스틴 국방장관이 ‘주일미군을 통합군으로 개편, 내년 3월 이전 통합작전사 체제로 개편되는 일본 자위대의 카운터파트(짝)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위해 호주에서도 추진되고 있는 해외 주둔 미군의 지역별 통합군화 정책의 일환으로 단순 해석될 수 있겠다. 그러나 자위대 개편에 맞춰 추진되는 주일미군의 위상 변화 이면에는 동북아 안보 지형의 큰 변화가 내포돼 있다.

첫째, 이 조치는 미국뿐 아니라 일본의 오랜 숙원이 해결된 것이다. 미국은 동북아에서의 잠재적인 분쟁 시 일본이 적극적으로 역할해 줄 것을 바라며 한국과의 관계 개선과 함께 실질적인 안보동맹 형성을 주문해 왔다. 그러나 이 제안 실현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나는 일본군이 정상적인 군대가 아닌 자위대(自衛隊)인 것과 다른 하나는 한·일간 역사인식 문제였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며 돌파구가 만들어졌고 지난해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를 거치며 ‘동맹의 반대’라는 커다란 장애는 넘어섰다. 주일미군 통합군화와 함께 추진되는 자위대의 변혁은 33만 명의 병력, 전투력 7위, 70조 원이 넘는 방위비를 투입하고 있는 일본 자위대가 정상적인 군이 되고 동북아 안보 관리에 상당한 역할을 맡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둘째, 일본 내 미국의 통합군사령부가 위치하는 것은 미래 주한미군 지휘구조에도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측하게 한다. 미군은 주일 통합군사령부가 3성 장군이 지휘하는 부대이며, 평시에는 하와이에 위치한 인도태평양 사령부의 지휘통제를 받지만 유사시에는 단독 사령부로서 임무수행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업그레이드해 나간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향후 한국군의 전시작전권 전환이 이뤄지고 주한미군사령관이 새로운 연합사령부의 부지휘관이 되는 지휘구조 개편이 시행될 경우, 주일미군 사령관은 4성으로 보임하고 주한미군 사령관은 3성으로 보임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셋째,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개편되는 주일미군은 즉각 이 사태에 개입하게 된다. 이 경우 주한미군도 대만 사태 해결을 위해 전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 이라크전이 벌어졌을 때 우선적으로 주한미군의 감축과 전환이 이루어졌고 당시 줄어든 주한미군의 숫자는 전후에 다시 복원되지 않았다. 나아가 한국의 지원도 요구받게 될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 3조는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무력공격이 있을 경우 공동으로 대처할 것을 명기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의 요청에 따라 한국이 장비와 물자를 간접 지원하는 형태는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 한국의 역할에 하나의 기준이 되고 있음을 간과하면 안된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지역 전쟁, 북핵, 미·중 대립, 미 대선 등의 불확실성 속에 주변국은 발 빠르게 변신해 나가고 있다. 우리도 나름 위기를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