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오
권태오

며칠 전 저격당한 미국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건강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타났다. 그 장면은 ‘다시 미국을 위대한 나라로’(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그의 구호가 대중에게 극적으로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반면 적지 않은 실수를 반복하던 민주당의 대선 후보 바이든 현 대통령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결국 후보를 사퇴했다. 선거를 불과 4개월 남긴 미국 대통령 선거판이 요동치는 커다란 사건이 일주일 사이 두 건이나 발생한 것이다. 바이든의 대선 릴레이는 현 부통령 해리스가 이어가게 됐다.

전 세계가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 주목하는 이유는 4년 전 선거에서 패배해 물러났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벌어질 여러 변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트럼프는 거침없이 바이든을 미국 역사상 가장 실패한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비난하며, 자신이 집권하면 과거 추진하다가 중단됐던 정책을 다시 펼쳐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그 모습에 세계 여러 나라는 이전 트럼프 정책이 무엇이었는가를 본격적으로 복습해 보는 모습이다.

미국 대선 결과 한국이 받을 영향은 경제와 안보 모두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안보 관련 분야에서는 많은 변화가 예상되어 관계부서에서는 여러 시나리오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위해 최근 트럼프 후보가 북한과 관련해 언급한 사안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김정은과 쌓은 친분을 과시해 왔다. 지난 18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서는 더욱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나는 북한 김정은과 아주 잘 어울렸다. 김정은도 내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보고 싶어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란 단어는 3차 세계대전이 발생 가능한 지역을 나열할 때 대만, 필리핀과 함께 단 한 차례 언급했다. 김정은에 관해서는 위의 말 외에도 ‘핵을 많이 가진 사람과 잘 지내야 한다’는 등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는 재선되면 분명히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설 것임을 예고하는 말이었다.

예측컨대 재선 시 1기 재임기간(2017~2021) 중 세 차례 실시했던 미·북 정상회담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가시화될 경우,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고 자신들을 향한 경제제재를 풀어줄 것을 요구할 것이다. 미국은 1970년대 중국과의 관계정상화 때 그랬던 것처럼 북한과의 거래를 시작하며 경제적 이득을 도모할 수도 있다. 트럼프 입장에서 미국 국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거래라고 여겨진다면 북한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해도 된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그나마 북한을 압박하며 지속적으로 비핵화 하도록 요구해 왔던 국제 공조가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이 있다. 뿐 아니라 그동안 강경한 대북정책을 펼치며 북한의 내부 변화를 도모하던 정책이 무위로 끝나는 상황이 된다.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에 큰 간극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에 상당한 양보를 요구할 것이다. 여기에는 연합훈련 축소, 주한미군 철수, 종전선언 등 강경책도 포함될 것이다. 현재 고민하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정도를 넘어서는 놀랄 만한 요구가 있을 수 있다. 한미동맹의 전통적 판을 갈아엎고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 조성될 수도 있고, 우리가 ‘설마 그 정도 까지’라고 생각했던 한계를 넘어서는 타협안이 나올 수도 있다.

트럼프는 철저한 사업가였다. 노후 주택이 밀집한 지역을 싸게 사들여 재개발하면서 돈을 벌었다. 사업 성공의 이면에는 철저한 계산도 있었지만 파격과 과감한 베팅도 바탕이 됐다. 종전 세계 최고의 동맹이라던 한미동맹 기조에도 얼마든지 큰 변화가 올 수 있다. 지금 한국은 미국 대선이 가져올 한반도 안보환경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고, 어떠한 변화가 오더라도 오히려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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