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전쟁과 평화의 커뮤니케이션

신간 ‘전쟁과 평화의 커뮤니케이션’ 표지. /온샘
신간 ‘전쟁과 평화의 커뮤니케이션’ 표지. /온샘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와 함께 한다. 집단 사회를 형성한 이래 전쟁이 없었던 시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지금도 어디선가 벌어지는 전투의 순간을 목도하며 살아간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소통과 공생, 공유 등 비폭력적인 상황을 상징한다는 점을 떠올리면 전쟁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신간 ‘전쟁과 평화의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의 두 얼굴’의 저자인 황근 선문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런 관점을 비튼다. 전쟁은 자신의 의지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가장 분명한 커뮤니케이션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터무니없는 명분이라도 내세워서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압박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책은 전쟁과 커뮤니케이션을 별도의 관점으로 보기보다는 욕망과 갈등을 분출하고 해소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조망한다. 커뮤니케이션이 전쟁의 한 수단으로써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된다는 것은 공존과 공생이라는 커뮤니케이션 행위의 본질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형태로 전쟁과 커뮤니케이션이 군사적 목표 달성을 위해 구조적으로 결합돼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제1·2차 세계대전과 냉전 시대,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등 실제 사례를 들어 당시의 심리전 활동과 전쟁 보도, 전시 언론 통제의 성격 변화를 분석적으로 설명한다. 또 최근 부각되고 있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사이버 심리전 그리고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첨단 무기들로 인해 커뮤니케이션 행위가 군사 작전의 중심으로 포섭돼 가는 과정도 담았다. 각종 커뮤니케이션 산업이 전쟁과 연계돼 동반 성장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정보사회의 군사적 기원, 시뮬레이션 워 게임을 매개로 한 군대와 엔터테인먼트 간 복합체의 발생 배경과 구조도 비판적으로 서술한다.

이 책은 전쟁과 모순 관계에 있는 커뮤니케이션 행위들이 어떻게 충돌하고 공생하면서 진화해 왔는가는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 서술하고 있다. 특히 신문·라디오·텔레비전 같은 매스미디어들이 전쟁에 활용되는 방식을 전쟁 양식 변천 과정과 연계해 설명한 부분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쟁도 평화도 아닌 ‘일상의 전쟁화’ 상태를 경험하며 살고 있는 현 인류에게 전쟁과 평화의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같은 커뮤니케이션이, 더 복잡하고 정교해지는 미래형 전쟁에서는 어떤 형태로 진행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황근 지음. 온샘. 5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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