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
정기수

판사가 방문진 새 이사 임명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리라고 예상한 우파 인사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앉아서 또 당했다. 대선 불복 준동을 가볍게 본 탓이다.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강재원의 준비된 진영 판결은 이 나라 사법부가 좌파들 손아귀에 꽉 쥐어져 있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대법원장만 우여곡절 끝에 중립적인 인물로 바뀌었을 뿐 중요 사건 담당 판사들은 여전히 김명수 키즈들이다.

거짓말의 명수 김명수는 임명권자 문재인의 뜻을 받들어 사법부를 장악, 요직에 우리법·인권법 연구회와 호남 출신 등 친민주당 판사들을 집중 배치했다. 그러나 그의 후임 조희대는 그런 사람들을 쓸어냈다거나 낼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난 적이 없다. 바지 사장이다.

이것이 좌파와 우파의 차이다. 권력을 손에 쥐여 주어도 해야 할 일을 못한다. 그러다 이번 방통위 임명 무효 가처분 선고를 당했다.

정치인 등 유명인사들 구속영장을 심사하는 영장 전담 판사, 이번 방문진 이사 임명처럼 주요 기관 인사 등에 관한 가처분 신청을 재단하는 행정법원 판사들이 아직도 문재인 정부 때와 거의 같은 자리에 있다. 답답하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이재명 체포 동의안을 천신만고 1표 차로 통과시켜 놓으니, 밤새 고심하는 척 생쇼를 하다 늦은 새벽에 덜컥 기각해 버린 판사 유창훈도 여전히 영장을 심사하고 있다. 똑같은 서울중앙지법에서다.

방문진 새 이사 6명을 사실상 해임한 강재원은 인권법 핵심 멤버다. 그는 이 연구회가 펴낸 논문집에 반(反)진보적 이슈의 위헌성 등에 관한 논문을 여러 편 게재했다. 이 논문집 기고는 인권법 모임 주축 인물들이 한다.

구속 직전까지 간 이재명을 풀어 준 유창훈은 위증교사 사건에 대해 "혐의가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놓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라며 영장을 기각했었다. 위증을 시킨 혐의가 밝혀진 사람이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고 단정한 것이다.

강재원은 이런 모순, 견강부회에서 한 걸음 더 나가 자기가 인사권을 행사해 버렸다. 대통령과 방통위, 즉 행정부가 선정한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 MBC 대주주로서 이 방송 사장 선임 등 관리·감독 기구) 신임 이사들 취임을 막았다. 사실상 해임이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신임 이사들이 취임을 못하면 해당 법에 따라 기존 이사들이 임기 만료에도 불구하고 계속 자리를 지킬 수 있다. 강재원이 이들을 재임용한 꼴이 됐다. 그래서 방문진은 계속 문재인계 이사들 천하다.

강재원은 임기가 만료된 권태선 등 야권 추천 이사들이 "다툴 여지가 있는" 방통위 2인(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체제에서 임명된 신임 이사들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했다"라고 했다. 해괴한 논리다. 임기를 다 채운 사람들이 무슨 손해를 입는단 말인가?

그는 친민주당, 진영 방송 수호자들 임기를 연장해 주는 월권을 행사했다. 야당으로부터는 박수를 받고 영웅이 될 것이지만, 사법부 위신과 신뢰에 큰 흠을 남겼다.

보수 법조계와 정부 여당은 "3권분립의 훼손"이라고 개탄한다. 명백한 위법이 아닌 한 행정부 인사권을 존중하는 것이 상식이고 3권분립의 정신이다. 그러나 강재원은 민주당과 좌파 편인 MBC 경영진 교체 저지를 위해 친여 성향 이사들을 무장해제시키고 친야 이사들 목숨을 몇 달 또는 몇 년(본안 소송 등 재판 투쟁으로) 늘여 빼서 MBC를 지켜 주도록 했다.

이것은 3권분립을 해친 정도가 아니라 대선 불복이다. MBC가 근 3년 동안 그러고 있고, 민주당 등 190석 범야권과 사법부가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그러자 KBS 친야 이사들도 방통위가 임명한 새 친여 이사들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정권 불복 탄핵, 특검 남발에 이어 가처분 소송이 횡행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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