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현
이태현

지난 14일 인류는 어마어마한 한 걸음을 내딛었다.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잃은 근위축성 측색경화증(루게릭병) 환자가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환자는 블랙락 뉴로테크(Blackrock Neurotech)의 텍스트 음성 변환(TTS) 시스템을 뇌에 직접 이식함으로써 소통이 가능하게 됐다. 마비 환자의 말하기 능력을 회복하는데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와 곤련된 논문은 지난 14일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됐다. 의사소통을 재구축하기 위한 장치의 가능성을 임상실험을 통해 입증했으며, 실용 응용에서의 진전을 증거한논문이었다.

논문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루게릭병 환자 말고도 각각 치명적인 질병을 앓고 있는 남성 한 명과 여성 한 명 역시 실험 중에 있다고 한다. 특히 루게릭병 환자는 척수와 뇌의 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퇴화하는 상태였다.

그렇다면 텍스트 음성 변환 시스템을 뇌에 이식하는 과정과 그 원리에 대해 알아보자. 일단 블랙 뉴로테크가 제조한 4개의 미세전극 어레이(Array: 각 요소가 일정 규칙에 따라 배열돼 있는 데이터의 집합)를 뇌에 직접 이식한다. 이로써 언어와 말하기에 관련된 뇌 영역의 신경 활동, 즉 전기신호를 읽어 들인다. 이때 사용된 전극은 256개, 이전 연구에서 목표로 삼았던 전극보다 훨씬 더 많다. 이렇게 해서 얻은 전기신호를 분석해 뇌에서 말하고자 했던 단어를 AI를 통해 신속하게 학습하고 훈련한다. 정확도를 97.5%까지 끌어올린다.

연구에 따르면 루게릭병 환자는 이 장치 사용 2일 차에 12만5000단어를 사용해 의사소통을 했다고 한다. 전기신호 분석을 통해 AI로 해석된 단어들은 AI 텍스트 음성변환 소프트웨어를 통해 일반적인 대화처럼 출력된다. 물론 환자 목소리로. 무려 5년 만에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듣게 된 환자는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환자의 대화 기록을 한글로 해석하면 그 내용은 이렇다. "내가 친구와 가족과 다시 이야기하게 된 것에 대해 너무 기쁘다. 이 증상이 시작됐을 때 딸은 겨우 2개월이었다. 지금은 5살이 됐다. 정상적으로 말하는 능력을 잃기 전 내 목소리가 어땠는지 딸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내 목소리를 처음 들은 딸은 처음에는 약간 수줍어했지만, 아빠가 로봇이라는 사실에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환자의 대화 기록을 보며 이것이야말로 진보이고 이것이야말로 혁명이 아닌가, 필자까지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전문가들은 의학기술과 AI 발전으로 뇌-임플란트 기술은 앞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라 보고 있다. 인류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뇌의 신호를 읽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그 신호를 분석하는 속도가 10년 사이에 이렇게 빨라진 것이다. 그동안 무한 경쟁해 왔던 그리고 현재도 여전히 하고 있는 여러 기업들의 하드웨어 전쟁이 빛을 본 것이다.

이러한 급진적이고 혁신적인 연구는 항상 여러 가지 규제와 윤리 같은 코드에 막혀왔다. 물론 AI와 관련 윤리적인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이지만, 이런 첨단 기술이 환자에게 더 나아가서 인류 전체에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뇌의 언어 신호 말고도 다른 신호도 분석할 정도면 이제 인간의 의식을 분석하는 데 성공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그러면 마치 SF영화처럼 컴퓨터에 의식 자체를 이식하는 날도 올 수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인간 의식 불멸의 날이 오게 되면, 인류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영화적 상상을 넘어 현실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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