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첫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날’을 앞두고 서울시가 지자체 최초로 ‘북한인권 포럼’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북한이 자행한 인권 범죄에 대해 분명한 책임 규명과 추궁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제사회가 함께 연대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 서울시 “탈북민들이 진정한 인권 누릴 수 있도록 앞장 설 것”

서울시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지자체 최초로 ‘북한인권 서울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 비영리단체 관계자, 대학생, 일반 시민 등 총 300여 명 이상이 참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포럼 환영사 및 기조연설에서 “오는 14일은 첫 ‘북한이탈주민의 날’이며 올해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북한인권보고서 발간 10주년”이라며 “인권이란 국가와 이념, 빈부와 지위를 초월하고 시대와 공간을 넘어 모든 이가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보장받고 보호받아야 하는 보편적 가치다. 그럼에도 북한 주민들은 분단 이후부터 지금까지 기본적 자유와 인권을 누리지 못하고 전방위적 인권 탄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북한인권 실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 후속 조치를 체계적으로 추진하면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유엔과 우방국 등 국제사회와 적극 협력하는 것”이라며 “북한인권 피해 당사자인 탈북민들이 서울에서 진정한 인권을 누리고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서울시가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서울에는 ‘먼저 온 통일’로 표현하는 탈북민이 6400여 명 거주하고 있고, 서울시는 이들의 완전한 정착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며 “이번 포럼이 남북한 주민 모두가 살기 좋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포럼 축사를 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그간 거의 다뤄지지 않던 ‘북한인권’을 주제로 서울시가 포럼을 열어 국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탈북민 정책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국제사회와 한국 정부뿐 아니라 지자체와 시민사회 등이 함께 북한 인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데 기여해 나가자”고 독려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북한은 비핵화와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일관된 요구를 철저히 외면한 채 국제적 고립과 의도적 소통 단절, 무력 도발을 앞세우고 있다”며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독재를 강화하는 정책을 제정해 주민들을 통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말과 행동을 틀어막고 문화와 사상을 통제하는 것이 지속될 수는 없다. 이는 결국 북한 정권이 실패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우리는 자유민주주에 기반한 통일 의지를 확산시키고, 한미동맹과 국제 공조를 통해 강력히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핵과 인권 등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 해결에 대한 국제 협력과 연대의 끈을 확산시켜야 한다”며 “평화와 인권은 불가분의 가치다. 인권이 탄압받고 부정받는 상태에서는 진정한 평화를 누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북한 주민들이 자유의 목소리가 들을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연대해야 한다”며 “통일부는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7월 14일을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제정, 탈북민들에 대한 포용 의지를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도 통일부는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인권 상황을 담아낸 ‘북한인권 보고서’를 발간했다”며 “7월 21일 美 워싱턴 북한인권 국제대회를 계기로, 국제사회에도 북한인권 상황을 알리겠다. 통일부는 계속해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통일을 위해 나아가겠다”고 했다.

◇ “탈북민 인권‧정착 위한 지방정부 역할 필요”...정책‧방향 소개

포럼은  ‘북한인권 실상 및 국제 협력방안’을 주제로 한 1세션과 ‘자유를 향한 여정, 탈북민과의 동행’을 주제로 한 2세션으로 나눠서 진행됐다. 1세션에서는 이신화 북한인권 국제협력대사를 좌장으로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제임스 히넌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 브라이언 마이어스 동서대 교수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줄리 터너 특사는 “북한 인권 증진에 있어 탈북민 사회와 시민사회가 중요하다”며 “국제사회가 다자기구들 속에서 인권에 관한 구체적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대담한 행동을 취하고, 각국 정부들이 강제송환 금지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활동이 중요하다. 한국과 미국이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를 북한에도 알려야 한다”며 “북한인권단체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COI 특별보고서가 북한에서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저는 출장을 다닐 때 탈북민들을 우선적으로 만난다. 탈북민들은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데, 해외에서 건너온 정보에 의해 탈북을 결심한 경우가 많더라”며 “북한은 주민들에 대한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엘리자베스 살몬 보고관은 “그 동안 북한 내 인권 범죄에 책임을 묻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들이 많았다”며 “일부는 한국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많은 피해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유엔과 정부, 시민사회단체와 공유하며 인권 침해 기록으로 남겼다. 일부는 다양한 형태로 북한 내 인권 유린 상황을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살몬 보고관은 “범죄 책임이 형사적인 것뿐 아니라 개별적인 배상, 진실 규명, 제도 개혁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것”이라며 “한반도 통일 등 훗날을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들을 해야 한다. 북한 인권 침해 피해자들이 살고 있는 국가의 정부들이 이들에 대한 건강 및 심리·사회적 지원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제임스 히넌 소장은 “유엔은 북한 내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유엔 헌장 및 세계인권선언에 부합한 방식으로 모든 회원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고, 브라이언 마이어스 교수는 “분배의 불평등으로 촉발된 심각한 빈부 격차와 외국 문화 유입에 따른 의식 변화로 북한 인권이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자유를 향한 여정, 탈북민과의 동행’을 주제로 한 2세션에서는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을 좌장으로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 김천식 통일연구원장,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 김일혁 북한연구소 연구원 등이 발표를 했다. 

유성옥 이사장은 “탈북민 인권과 정착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현재 추진 중인 정부와 서울시의 지원체계, 인권지원 방안, 통일시 탈북민들의 역할 등을 분석했고,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은 인권 및 탈북민 정착을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과 방향을 소개했다.

또 윤여상 소장은 최근 북한의 대남 및 통일정책 변화와 이것이 주민들의 탈북에 끼치는 영향, 탈북민 사회통합을 위한 지원 정책방향 전환, NGO 및 지역사회의 역할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표했고, 탈북민 출신 김일혁 연구원은 어릴 때부터 강제노동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해  목숨을 걸고 탈북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며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