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에 성공한 양경수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2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대통령 거부권 행사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노동계에서 정치·불법 투쟁에 반대하며 대화로 해결하는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NL(민족해방)운동권 계열로 다수 이뤄졌다고 평가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새 위원장에 현직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이 당선됐다. 민노총 역사상 첫 연임이다.

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한 주간 민노총 제11기(직선 4기) 임원 선거 투표를 진행한 결과 현 위원장인 기호 1번 양 후보자가 차기 위원장에 선출됐다. 이번 투표는 120만명의 조합원 중에서 투표권을 가진 약 101만명 중 63.97%가 참여했다. 양 위원장은 이 중 과반인 36만3246표(득표율 56.61%)를 얻어 당선자로 확정됐다.

민노총 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한 것은 1995년 민노총 창립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수석부위원장에는 이태환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장, 사무총장에는 고미경 전 민노총 기획실장이 당선됐다. 양 위원장과 차기 위원장을 두고 경쟁한 기호 2번 박희운 후보는 20만1218표(득표율 31.36%)를 얻었다.

양 위원장은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95학번으로 2001년 총학생회장을 지낸 NL계열이며 헌재 결정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전 의원과 같은 경기동부연합 출신이다. 이 전 의원과는 대학도 동문이다. 대학시절에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중앙상임위원을 하며 각종 반미 집회에 참가한 바 있다.

이후에도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노조위원장, 민노총 경기지역본부장을 지낸 바 있다. 끝내 위원장에 당선돼 민노총 최초 비정규직 출신 위원장이라는 직함을 얻어 활동했다. 당시 선거 과정에서 전국회의 입김이 강한 노조 조직원들에게 양 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강요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부정선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양 위원장은 정치투쟁 우선시와 종북적 성향으로 논란을 빚었다. 지난 2월에는 국가정보원에 적발된 민노총 전현직 간부가 연루된 간첩단 사건 때 압수한 증거물에 2021년 민노총 위원장 선거 당시 북한이 ‘자주계열 후보가 당선되는 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라’는 취지의 지령문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민노총 전 조직국장이 간첩 혐의로 구속 기소됐을 때도 ‘윤석열 정부의 노동계 탄압’이라고 운운하며 사과조차 하지 않아 질타를 받았다. 양 위원장도 2021년 당시 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가 구속된 바 있다.

양 위원장은 당선 이후 "윤석열 정권 퇴진은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민중의 요구다"며 "민노총이 앞장서 전 민중의 요구를 반드시 실현하겠다. 더욱 커지고 강력해지는 민노총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과 관련해서는 노동 중심 좌파연합정당을 구축하겠다는 현 방침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민노총 주축 세력이 민주화와 함께 성장한 성격이 강해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강경대응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20·30 세대가 주축인 MZ노조를 중심으로 정치·불법 투쟁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으나 민노총은 상반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강경투쟁만으로는 근본적인 노동권 신장을 할 수 없다는 실리적 판단이 노동계에 작용했다는 분석인데 민노총은 이를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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