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생활용품 '엄마의 잡화점' 변종남 대표

'자연주의' '자주' 등 리빙 소품 디자이너...2000년대 친환경 생활용품 열풍 주도
양은 밥상, 떡볶이 그릇, 소창 행주 등등...70~80대 추억 서린 생활용품들 돌풍

생활용품 '엄마의 잡화점' 변종남 대표.
생활용품 '엄마의 잡화점' 변종남 대표.

엄마. 만감이 교차하는 단어다. 세상의 악당(?)들도 그 앞에서는 숙연해 지는 단어, 인류가 지은 단어 가운데 가장 따뜻하며 온화하고 마음이 안정이 되는 단어, 바로 엄마다. 어릴 때 생각해보면 엄마가 챙겨주는 것은 다 좋았다. 집에서 만든 ‘엄마표 찐빵’ 그 때는 몰랐는데 지나보니 참 맛있는 빵이었고, 지금은 못 먹는 그리운 빵이 되었다. 엄마가 골라주는 것은 뭔가 든든하고 믿을 만하다. 자녀에게 설마 나쁜 것을 선택해서 줄까.

양은밥상, 떡볶이그릇, 소창행주 등 70~80대에게 추억이 서린 추억의 생활용품 소품들을 앞세워 할머니-어머니-딸의 3대의 감성을 모두 잡으며 인기몰이 중인 라이프스타일 전문 브랜드 ‘엄마의 잡화점’ 변종남 대표를 인터뷰했다.

◇50대에 자신의 브랜드를 낸 30년 살림 전문가=변종남 대표는 대한민국 생활용품 업계에서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리빙 소품 디자이너다. ‘자연주의’ ‘자주’의 소품을 디자인하면서 2000년대 생활용품 시장에서 친환경 콘셉트 열풍을 일으켰던 주인공이다. 알록달록한 식기가 주류일 때 올 화이트 식기와 3~4개 나눔접시, 옻칠 숟가락 등 아이디어 상품을 선보이며 트렌드를 이끌어 왔던 그다.

남들은 은퇴도 꿈꾸는 나이에, 2021년 한창 코로나19를 관통하고 있을 때, 모두 ‘온라인만이 살아 남는다’고 할 때, 그는 어린 시절 아파트 상가에서 이것저것 팔던 잡화점을 떠올리며 이제는 자신의 브랜드 ‘엄마의 잡화점’을 론칭했다. 최근 엄마의 잡화점은 국내 유명 백화점 팝업스토어에서 잇따라 선보이며 전 연령층의 마음을 사로 잡고 있다.

엄마의 잡화점은 엄마가 사용했던 추억의 레트로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20~30대에게는 레트로풍의 리빙 소품 브랜드로, 40~50대에게는 70~80대 어머니와 함께 사용했던 어릴적 생활용품의 친숙함으로 다가오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변종남 대표는 "양은 제품, 멜라민 접시 등 우리네 어머니 시절에 사용하던 주방용품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재포장해서 내놓았더니 젊은 층들이 먼저 알아보고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며 "막걸리가 유행하면서 막걸리 주전자가 뜨기도 하고 양은 상이 연예 프로그램에 나오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엄마의 잡화점 덕분에 수요가 없어 문을 닫았던 공장들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다. 숨은 보석 같은 생산자들의 기술과 역사가 사장되지 않고 ‘메이드 인 코리아’의 날개를 달고 비상했다.

"회사를 경영하기 전에 오랫동안 한 회사에서 한솥밥을 먹던 동료 후배들, 30년 간 파트너로 함께 해온 생산공장 사장님들 등 많은 사람들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일을 하는 목적이었어요. 그동안 유명 브랜드들의 제품을 만들어 주는 OEM업체로서의 역사를 뒤로 하고 저의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네요."

◇시니어들에게 휴식을 주는 소품 만들고파=변종남 대표는 "모든 것이 세련되고 유행을 따라 가야 하고 첨단을 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기업들은 앞으로 달릴 수 밖에 없지만 우리 같은 중소기업만이 아날로그적인 시니어의 감성을 살려낼 수 있다"고 털어 놓았다.

갈수록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층은 20~30대가 아닌 40대 이상이라는 점에서 엄마의 잡화점은 ‘시니어의, 시니어를 위한, 시니어에 의한 브랜드’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엄마의 잡화점의 베스트셀러는 학교 앞 떡볶이 집에서 만나던 초록색 플라스틱 그릇인 멜라민, 기저귀 천으로 사용했던 강화 소창의 가재 수건, 소창 파자마, 소창 이불, 대추나무로 만든 옻칠 조리기구 등이 꼽힌다.

"가볍고 깨지지 않는 멜라민 식판을 오히려 어르신들이 사가시더라고요. 시니어들은 소식을 하며 무겁지 않은 간편한 식기류를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소창으로 만든 패브릭 제품의 경우 애기 때는 피부가 약해서 사용했다면 지금은 노인이 되어 피부가 건조하고 가렵고 약해져서 쓰게 되고요."

◇앞으로는 시니어 시장이 대세=2025년이면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2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니어야 말로 시니어 소비자는 대한민국 전세대를 걸쳐 가장 파워풀한 소비 연령층이라는 점에서 엄마의 잡화점 역시 시니어 시장을 겨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시니어 시장은 더욱 성장하고 그 규모도 커질 거에요. 공장과의 상생의 기쁨을 위해 생각하고 브랜드를 론칭했다면 한국이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고 한국의 메이저 계층이 되는 시니어들을 위한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시니어 소비자를 위한 마케팅과 섬세한 배려 경영 전략이 가장 잘 펼쳐지고 있는 곳이 바로 가까운 일본이다.

이미 일찌감치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의 백화점들은 시니어를 위한 배려가 제품 소싱부터 마케팅, 인프라까지 매우 잘 발달돼 있어 벤치마케팅하기 좋은 사례다. 변 대표는 "일본을 오가면서 시니어를 위한 소품들과 콘텐츠, 배려의 동선들을 보고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니어를 위한 다이신 백화점은 명품 가방, 고급 화장품 브랜드들을 배치해 놓은 1층을 지하철을 타고 걸어온 시니어가 쉬었다가 쇼핑할 수 있도록 족욕시설과 함께 마련된 휴식공간들로 파격적인 공간배치를 한 것이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시니어 쇼핑 천국으로 유명해진 게이오백화점 역시 알아보기 쉽게 쓴 거대한 가격표, 보행기와 휠체어 이용객 모두 안전하고 편리하게 다닐 수 있는 매장 동선, 혼밥을 위한 소포장 식품, 반려동물 간식과 곳곳에 배치된 배치 등이 벤치마킹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시니어가 일하는 세상 꿈꾼다=변종남 대표는 엄마의 잡화점에서 시니어를 채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심 중이다. 변 대표 자신도, 단골들도, 자연스레 나이 들어가며 시니어가 될 것이기 때문에 ‘시니어에 의한’ 그리고 ‘시니어를 위한’ 브랜드로서 시니어와 어떻게 함께 갈 수 있는지를 모색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시니어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은 그의 의지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60세까지 일을 놓지 않으셨던 어머니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변 대표는 "69세에 무료함을 느끼던 어머니는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라는 명목으로 연기 학원에 등록해 다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셨다"고 전했다.

"오랫동안 사랑을 하지 못했던 어머니는 연기 학원에서 사랑에 빠진 여성이 되기도 하고 모성애가 가득한 어머니가 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감정을 연기하며 다양한 인생을 살아 보는 것이 즐겁다고 하셨죠. 그러던 중 갑자기 종편이 생기면서 여기저기서 출연 요청을 받게 되시면서 재연 배우라는 직업을 갖게 되셨어요. 작년에는 KBS 드라마에도 출연하셨는데 엄마가 얼마나 행복해하셨는지 몰라요. 80대인 지금도 연기를 하세요."

엄마의 잡화점은 그런 어머니들을 응원한다. 일하는 어머니들을 지지한다. 지치지 않는 어머니들와 함께 행복한 세상을 꿈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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