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이 본격화한 지 200일을 훌쩍 넘기고 있다. 올해 2월 1일 윤석열 정부가 2000명 규모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자, 반발한 의사 및 의대생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의료 현장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 사직, 임용 포기, 계약 포기, 휴학, 소송, 단식 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현장에 남은 전문의 및 의료 인력들의 노력으로 지금까지는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고 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심해지고 그에 따른 인명피해도 발생했지만, 아직까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현장이 망가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런 임시 처방이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하면 안된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2월 23일 08시를 기점으로 보건의료 재난 위기경보를 ‘심각’ 수준으로 올렸다. 위기경보 중 최상위 수준이다. 그런 상태로 200일을 버틴 것이다. 시스템에 무리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일부 병원의 진료 축소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학병원의 재정적자가 심해지고 일부 병원은 파산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보험재정도 1조 원 이상의 추가지출이 발생했다.

문제는 이번 사태의 회복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의료 수요가 폭증하는 추석 연휴가 다가오고 있다. 올해 설 연휴는 의료대란 초기여서 병원 현장의 대응 능력이 유지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병원에 남아있는 의사들도, 의료 시스템 자체도 지칠대로 지친 상태다. 또 한번의 환자 폭주 사태를 감당해낼 수 있을지 지켜보는 입장에서 조마조마하다.

윤석열 정부는 정치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적이 많지만 그 가운데 정부의 책임이라고 할 만한 사태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민주당과 이재명의 일방적인 정치 공세에 불과했다. 의료대란은 다르다. 정말 피해가 커지고 시스템이 무너지면 그 책임은 온전히 윤석열 정부가 짊어지게 된다. 정부 여당 책임자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전공의와 의사협회 등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사태가 심각해지고 정부가 곤경에 처한다고 해서 그게 의사들의 승리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의사들도 절반 이상의 책임을 공유하게 된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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