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 건립된 ‘뇌사 장기기증인 기념 공간’에 방문한 김보근 씨.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경황은 없었지만 다른 사람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싶었어요."

장기 기증의 날(9일)을 앞두고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한 김보근 씨는 지난 2020년 12월 하나뿐인 아들 임기범 씨의 장기 기증을 결정했던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집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은 아들은 42세의 나이에 7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눈을 감았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5∼6년간 아들과 단둘이 지낸 김 씨에게 아들을 잃는 건 세상 전부를 잃는 것과 다름없었다.

아들의 장기를 기증할 마음이 있느냐는 의사의 질문에 어렵게 동의한 이유는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였다.

김 씨는 4년이 지나도 여전히 아들의 부재에 익숙해지지 않았지만 손을 내미는 주변인들의 관심 덕에 조금씩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엔 나중에 천국에서 만나면 아들이 "너무 잘했다", "우리 엄마 최고"라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단다.

아들의 일부가 여전히 어딘가에서 살아 있다는 생각에 힘을 얻는다는 김 씨는 "우리 아들의 장기를 이식받아 사시는 분들이 모두 건강하면 좋겠다"라며 "몸을 혹사하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달라고, 그게 최고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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