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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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실제 지정 여부에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방안으로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시장에 주는 심리적 무게감은 상당히 큰 상황이다.

통상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동(洞)과 지번(地番)을 콕 집어 지정하기 때문에 ‘핀셋규제’로 불린다. 이로 인해 최근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는 반포동과 한남동이 일차적 타깃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은 같은 구(區) 내 다른 동네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부동산 가격 급등이 우려되는 개발 예정지 인근의 투기적 거래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는 주거·상업·공업 등 용도별로 일정 면적을 초과하는 토지를 취득할 때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때 일정 기간 허가받은 목적대로 이용할 의무가 발생하는데, 주택이나 상가의 경우 최소 2년 이상 실거주 또는 실제 영업을 하는 실수요자에게만 취득이 허용된다.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갭투자나 임대사업을 목적으로 상가를 매입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매수자는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자이거나 보유 주택을 1년 안에 모두 팔아야 한다. 무주택 또는 무주택 예정인 사람만 취득할 수 있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잔금 납부일이 3개월로 제한돼 있어 자금 여력도 있어야 한다.

시장에서는 서울시가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할 경우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을 누르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의 부동산 시장은 실거주 장세에서 상승세가 나타나는 것인 만큼 지정 확대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실제 지정 여부도 ‘미지수’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9일 "정부의 8·8 주택공급 확대 방안이 집값을 안정화하는 데 효과를 거두기 바란다"면서 "하지만 계속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관찰돼 추가 조치가 필요할 때가 되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의 확대 지정을 포함한 플랜 B들이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추가 설명에서 현재 강남 3구와 용산구 내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들 외에 다른 구역까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 예정지에서 보상을 노린 투기적 토지 거래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다 2020년부터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포함된 서울 한복판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지정되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가 2020년 5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용산 철도정비창 내 공공·민영주택과 국제·상업시설을 건설하기로 하면서 주변 이촌동과 한강로1·2·3가, 용산동3가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것이 대표적이다.

같은 해 6월에는 서울시가 잠실 일대 마이스(MICE) 개발사업과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추진을 이유로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강남 일대로 확대됐다. 2021년 4월에는 압구정동, 여의도동, 목동, 성수동 등 이른바 ‘압여목성’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추진 단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오 시장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도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 대상이다. 현재 서울시가 묶어 놓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면적은 총 5585만㎡에 달한다. 앞서 정부는 2022년부터 부동산거래신고법 등을 개정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허가 대상 면적을 주거지역은 종전 대지면적 18㎡에서 6㎡, 상업지역은 20㎡에서 15㎡로 강화했다. 규제의 망을 더욱 촘촘하게 만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오 시장의 발표가 시장에 ‘시그널’을 주기 위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일 뿐 실제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들 지역이 국민의힘 ‘텃밭’인 상황에서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오 시장이 ‘구’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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