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세론'에 자산시장 들썩

/그래픽=김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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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사건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미국의 대선 이슈가 글로벌 자산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대선일까지 111일이나 남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염두에 둔 매매,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증시가 발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감세 연장, 재정 확대 등 기업 친화적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놓은 공약의 상당수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고금리 유지에 따른 달러 강세는 예정된 수순이란 관측이 나온다. 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의 가격도 뛰고 있는데, 가상자산 업계에 우호적 입장을 취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유럽과 중국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럽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약 1% 정도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중국은 경제성장률이 아예 반토막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85% 오른 4만954.48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사상 최고치며, 상승 폭은 지난해 6월 2일의 2.1% 이후 1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것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0.64% 상승한 5667.20에 마감, 4거래일 만에 최고가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증시 활황을 트럼프 트레이드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달러 가치도 상승 탄력을 받을 공산이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이 시장에 달러공급 부족을 낳을 수 있고, 글로벌 기업들이 국경을 좀 더 걸어 잠글 미국 본토에 투자하기 위해 달러 수요를 늘려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승리 당시 달러 가치는 5%가량 상승했고, 2020년 대선 패배 때는 5%가량 하락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 정책도 강달러를 초래하는 요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할 경우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특히 중국산 제품은 60%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수입품 가격이 올라 미국의 평균 가족이 연간 1700달러(약 234만7700원)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올 만큼 물가 상승을 촉발할 수 있다.

물가 안정은 각국 중앙은행이 운용하는 통화정책의 제1 목표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게 되면 달러는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0.17% 상승한 104.42를 기록했다.

비트코인도 트럼프 트레이드로 질주하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국 동부 시간 오후 4시 42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1.95% 오른 6만4921달러에 거래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스스로를 ‘암호화폐 대통령’이라고 칭하며 선거에서 이길 경우 관련 규제를 풀어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반면 세계 경제에는 무역을 중심으로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지난 12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보호무역 정책과 국방 및 안보 압박으로 유럽의 성장률이 약 1% 정도 피해를 입고, 인플레이션은 0.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위스의 투자은행 UBS는 지난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든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다음해 중국의 성장률이 2.5%포인트 깎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연간 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제시했는데, 부동산시장 침체와 일자리 불안정에 따른 소비심리 약화 등으로 2분기 성장률이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4.7%에 그쳤다. 순수출(수출-수입)이 중국 성장률의 14%를 차지할 만큼 수출은 성장을 떠받치는 주요 동력이다. 하지만 고율 관세로 타격을 받으면 성장률이 절반 이상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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